ADVERTISEMENT

경기회복 더딘 영국도 돈 풀기 중단 검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경기 회복을 등수로 매기자면 영국은 주요국 가운데 꼴찌 그룹에 속한다. 그런데도 돈을 더 풀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 태세다. 세계 주요국이 예외 없이 출구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2일 영국의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중앙은행(BOE)은 자금 공급 확대 정책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BOE는 지난해 3월부터 2000억 파운드(약 370조원)를 풀었다. 이 같은 금융완화 조치를 중단하려는 것은 제조업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물가 상승 압력도 커졌기 때문이다. 영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11월(1.9%)보다 크게 높아졌다. 1월엔 3%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연 0.5%로 유지해 온 기준금리는 당분간 그대로 유지할 전망이다. 나라 빚이 계속 쌓여가고 있고, 성장률(지난해 -4.8%)도 기대만큼 좋아지진 않고 있다는 게 그 배경이다.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인 사이먼 하예스는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률 때문에 통화정책위원들의 입장이 난처해졌지만 결국 양적 완화 정책은 더 이상 확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선 출구전략의 핵심인 금리만 손대지 않을 뿐 다양한 방식으로 그동안 펼쳤던 확장적 금융정책을 거둬들이고 있다. 태국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1년 새 4.1%나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물가 상승에 대한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과 인도는 지급준비율 인상, 일부 대출 중단 등을 통해 이미 돈줄 죄기에 나섰다.

현재까지 출구전략의 강도는 딱 여기까지다. 당장 금리를 확 올리는 식으로 가기에는 아직 불안한 구석이 많아서다. 금융위기에 따른 충격이 가장 적었던 호주는 2일 기준 금리(연 3.75%)를 동결했다.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금리를 올렸는데, 한 박자 쉬어가기로 한 것이다. 호주 중앙은행은 이날 성명에서 “소매 경기에 대한 전망이 나빠졌다”며 “세계적으로는 재정적자 문제가 부담”이라고 밝혔다. 경제 사정이 가장 낫다는 곳도 이것저것 감안해야 할 게 아직은 많다는 의미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