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최종 부도] 깊어진 경제 주름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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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우자동차 부도는 무엇보다 협력업체들을 궁지에 빠뜨릴 것이 분명하다.

법원의 재산보전 처분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물품대금 결제도 안되기 때문에 1천5백개가 넘는 협력업체들의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 금융기관들도 대출손실에 따른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 협력업체들 큰 타격〓자동차공업협동조합은 대우차 부도에 따른 협력업체 피해규모가 1조2천억원선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차의 1차 하청업체는 모두 4백2개로 이들이 지난해 납품한 대금은 모두 3조9천8백억원에 이른다.

자동차조합은 대우차가 주로 90일짜리 어음을 발행했기 때문에 대략 9천억원의 납품대금이 잠겨 있고, 특히 지난 9월 말부터는 어음도 안끊어 주는 바람에 미결제 대금이 3천2백억원 더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피해업체는 1차 하청업체를 포함해 9천4백여개사에 이르고 여기에 딸린 근로자는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고문수 자동차조합 총괄상무는 "1차 납품업체들은 원자재를 현금으로 구입한 데다 2.3차 하청업체의 납품대금을 일부 결제했기 때문에 납품대금이 묶일 경우 1차 하청업체 대부분이 부도를 면키 어려울 것" 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기아자동차 부도 때 1천여개의 남품업체들이 부도를 낸 것으로 미뤄 어음결제가 중단되면 1천5백여개사가 쓰러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 금융권 파장도 적지 않아〓대우차의 워크아웃 이후 은행들은 평균 50% 이상씩 대출손실충당금을 쌓아놓았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담보가 없는 신용여신의 경우 추정손실로 분류돼 1백%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현재 산업은행 등 12개 시중은행은 대우자동차에 대해 총 4조4백여억원의 여신이 물려 있다. 이중 신용여신은 2조8천8백여억원인데 은행들은 평균 56%인 1조6천2백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아 놓았다. 따라서 앞으로 최고 1조2천6백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상대적으로 많은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신한.국민.하나은행의 경우 추가 부담이 별로 없지만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50%에 못미치는 한미.한빛은행은 그만큼 추가 부담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제2금융권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 담보 없이 신용으로 대출해줬기 때문에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무 변제순위가 밀려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떨어진 뒤 채권이 확정되더라도 몇푼 못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괜찮은 금융기관의 경우 대우차 채권의 70% 이상을 이미 대손상각 처리한 상태지만 일부 금융기관은 대손상각 비율이 20%도 안돼 상당 금액을 추가로 손실처리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 고객 서비스는 당분간 유지될 듯〓대우차는 이미 계약한 고객들이 차를 받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최종 부도에도 불구하고 군산 등 대부분의 공장들이 정상조업 중이고, 이미 만들어 놓은 차량이 1개월치에 달하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의 서비스센터도 정상 가동 중이어서 당분간 고객들이 차를 고치는데는 별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종 부도처리로 부품.협력업체들의 부도가 이어지면서 부품공급을 못받아 공장이 서거나 애프터 서비스용 부품공급이 중단될 경우 고객들의 불편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우차가 하고 있는 할부제도도 그대로 시행된다. 이미 할부로 차를 산 고객의 경우 제때 할부금을 내기만 하면 된다. 중고차 보상판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차를 산 고객의 경우 보상매매 기한이 된 뒤 중고차로 할부금을 갚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용택.고윤희.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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