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 공조에 불똥 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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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는 미·중 관계뿐 아니라 국제사회 협력에도 찬물을 끼얹을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무기 판매 보복으로 미국과의 국제 협력을 줄이겠다고 경고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나 이란 핵, 아프가니스탄, 테러 척결, 기후변화 등의 문제에서 미국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태가 악화되면 미·중의 연례 전략·경제대화 등 정부 간 공식 회의를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당장 미국과 군사 교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외교부는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 업체를 제재하겠다고 위협했다. 과거 드러내지 않은 채 제재에 나섰던 것과 대조된다. 중국의 높아진 위상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에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북핵 등 국제 이슈가 산적한 상태에서 중국과의 대결이 문제를 더 꼬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만 무기 판매를 중국과 상의하겠다”며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대만이 요청한 F-16 전투기 수십 대를 판매하지 않기로 한 것도 중국의 반발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 국방 전문지인 디펜스 뉴스의 아시아 지국장인 웬델 미니크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F-16을 판매하기로 했다면 중국의 반발은 더욱 거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중 관계가 험난할 걸로 예상했다. 지난해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미·중은 지난해 위안화 절상과 무역, 인터넷 검열 등에서 갈등이 있었으나 정면 대결로 치닫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는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양국의 입장 차이를 드러내며 대결 구도를 부각시킬 전망이다. 여기에 오바마가 수개월 내에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고,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중국 경계론이 거세지면 미·중 갈등이 심해질 전망이다. 미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 소장인 이언 브레머는 “올해는 험난한 미·중 관계로 인해 세계 경제 회복과 기후변화 협상, 핵 확산 방지 등 국제 협력 분야에서 갈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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