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희비 갈린 금융사 실적 … 신한 선방, KB 부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신한·우리금융지주는 선방, KB·하나금융지주는 부진’.

31일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Fn가이드가 증권사들이 추정한 주요 은행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다. 2008년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냈던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엔 1조4000억원 정도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2008년보다 줄었지만 금융지주회사 중에선 가장 좋은 성적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2008년 4545억원의 흑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순이익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자산 기준 1위 금융사인 KB금융은 기대 이하다. 23개 증권사가 예측한 평균이 8000억원대로 2008년보다 1조원 정도 줄 전망이다. 기업은행과 외환은행은 2008년과 비슷한 70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나금융은 주요 시중은행 중에선 가장 적은 3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적 발표일은 ▶신한지주 4일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10일 ▶하나금융지주, 기업은행 11일이다.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은행들의 순이익이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지난해엔 금융사마다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관심사는 KB금융의 실적이다. 평균 예측치가 8000억원대라지만 하나대투증권과 NH투자증권은 최근 KB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을 6000억원대로 추정했다.

NH증권 김은갑 애널리스트는 “금호그룹 관련 대손충당금을 제외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기대한 것만큼 충당금 부담이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손충당금은 부실 여신이 생기는 것에 대비해 쌓아두는 것으로 충당금이 많으면 순이익이 줄어든다. 지난해 12월 새 회장 선임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은 것이 주가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연간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일부에선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3분기 경기 상황이 나아지면서 다른 은행들은 대손충당금 중 일부가 다시 이익으로 들어갔지만 KB금융에선 이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도 “2~3년 전에 늘린 대출에서 부실이 생기는 등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신한지주와 비교할 때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견해도 있다. KTB투자증권 홍헌표 애널리스트는 “KB금융이 다른 곳보다 대손충당금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쌓았기 때문”이라며 “올해 실적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지주는 카드와 증권 부문에서 이익을 많이 내면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금융의 경우 파생금융상품 투자 손실을 2008년 모두 털었고, 지난해엔 보유하고 있는 기업 주식을 매각하면서 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푸르덴셜투자증권 성병수 애널리스트).

한편 지난해 말 터진 금호 사태는 은행권에도 상당한 부담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은 1.22%로 애초 목표한 1%를 맞추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금호계열사 관련 부실 채권을 연말까지 정리하기 어려웠다”며 “이를 제외하면 은행권 부실채권 비율은 0.99%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중에선 우리은행(1.56%), 특수은행 중에선 산업은행(2.23%)의 부실채권 비율이 높았다. 한국씨티은행과 신한은행 등 7개 은행은 금호사태와 관계없이 연말 부실채권 비율을 1% 이내로 유지했다.

김원배·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