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내부여건 빠르게 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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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증시 내부 여건이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다 계속해 줄어들었던 고객예탁금도 지난주 초를 고비로 증가세로 반전했다. 개미들이 서서히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는 징후다.

또 6일 주식시장에서는 종합지수 5일 이동평균선이 20일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하는, 이른바 단기 골든크로스가 발생했다.

이번 골든크로스는 이날 지수의 하락세로 다소 빛이 바랬지만 거래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나타난 것이어서 시장에 청신호가 될 수 있다고 다수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주식시장에서 엿새 연속 안정적인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다.

선물시세는 마침내 현물시세를 웃돌아 프로그램 매수세의 유입을 기대하게 했다. 이처럼 증시 내부 체력이 조금씩 보강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앞으로 현대건설 문제를 비롯한 기업.금융 구조조정이 어떻게 귀결되느냐가 주가의 추가 상승 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증시도 현대건설의 강력한 구조조정 기대감으로 큰 상승세를 보였다가 오후 현대가 내놓은 자구안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마감 무렵 하락세로 바뀌었다.

◇ 단기 골든크로스 속출〓종합주가지수는 지난 9월 1일 단기 데드크로스(5일 이동평균선이 2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돌파)가 발생한 이후 두달여 만에 단기 골든크로스를 맞았다.

또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텔레콤도 6일 5일 주가 이동평균이 20일 이동평균을 뚫고 올라서는 골든크로스를 보였다.

포항제철.한국통신은 최근 골든크로스가 발생했다. 한국전력도 골든크로스가 임박해 있다. 지수 관련 대형주들이 최근 장세를 이끌어온 것이다.

김정환 LG증권 연구위원은 "통상 단기 골든크로스는 주가의 단기 급등으로 조정 시점이 임박했다는 신호로도 해석되나 이번에는 5일선과 20일선간의 격차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 증가와 함께 나타난 것이라 추가 상승 신호로 볼 수 있다" 고 해석했다.

◇ 거래량.예탁금 동반 증가=10월 말에는 하루 2억주대에 머물러 있던 증권거래소 거래량이 지난주에는 크게 늘어 3억5천만~4억6천만주에 달했다. 6일도 4억2천만주였다.

고객예탁금의 경우 끝없이 줄어 지난달 30일 7조원선이 깨진 6조9천1백44억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나타냈다가 그 이후 주가 반등과 함께 나흘 연속 늘어 지난 3일에는 7조3천3백23억원에 달했다.

김충식 SK증권 상무는 "지난달 말 종합지수 500선이 무너졌다가 지지를 받자 주가가 바닥을 쳤으며 더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인식이 크게 확산된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거래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고 설명했다.

金상무는 "지수가 600선을 넘어 더 상승하려면 예탁금이 좀더 빠르게 늘어나고 주식형 상품으로 자금 유입이 본격화해야 한다" 고 말했다.

◇ 현대건설 문제 처리가 고비〓전문가들은 투자심리 안정과 내부 여건 호전으로 증시가 일단 빈사상태에서 벗어났다는 데는 대체로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어떻게 처리될지가 문제라는 것. 정부.채권단과 현대건설간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한 투자심리가 다시 냉각될 가능성은 상존한다는 분석이다.

LG증권의 金연구위원은 "현대가 더 획기적인 자구계획을 세우거나 출자전환에 합의하는 형태로 사태가 종결되면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해결이 지연되거나 법정관리로 귀결될 경우 시장에 단기충격도 예상된다" 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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