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전산망간 벽 뚫고 정보공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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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2003년 경기도안산시 시화공단의 A 자동차부품회사.

자동차회사인 B사의 신모델에 들어갈 부품을 개발중인 이 회사는 B사와 디자인을 맡은 C사의 개발 현황을 인터넷으로 지켜보며 생산 계획을 가다듬고 있다. C사와 디자인 색상을 바꾸기로 의견을 모으는 한편 B사와는 부품 납품 가격을 조정하느라 분주하다. 같은 시간 B사는 마케팅을 담당할 홍보대행사 D사와 광고전략을 짜고 있다.

기업규모와 전산시스템·의사결정 과정이 서로 다른 기업들이 이처럼 웹을 통해 협력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바로 c커머스가 주인공이다.

◇c커머스란=협업(Collaborative) 상거래의 준말.지난해 말 미국의 가트너 그룹이 “2004년까지 e비즈니스 시장의 핵심 개념은 c커머스가 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e커머스가 기존의 거래 형태를 단순하게 인터넷 상에 옮긴 것에 불과한 반면,c커머스는 이전에 불가능했던 새로운 차원의 업무를 가능하게 해 준다. 즉 경영기획은 물론 설계·생산·물류·판매 등 기업활동 전반의 정보를 서로 다른 전산망을 가진 기업들이 실시간으로 주고 받는다는 것.

이는 정보기술(IT)의 발전을 기존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에 어떻게 적용하느냐는 문제에서 생겨난 개념으로, 미국에서는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제조업체는 물론 정부도 도입에 열심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포드·GM·크라이슬러 등 3대 자동차 회사가 운영하는 기업간전자상거래(B2B)사이트인 오토익스체인지닷컴(http://www.autoexchange.com). 서로 다른 전산시스템과 의사결정 과정을 가진 수천개의 기업을 하나로 묶어 제품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시킨 것이다.

◇어떻게 가능한가=c커머스는 IT의 비약적 발전으로 가능해졌다. 그동안 기업 전산화라고 하면 흔히 ▶지식관리시스템(KMS) ▶시스템통합솔루션(EAI) ▶공급망관리(SCM) ▶기업자원관리(CRM)등을 뜻했다.

문제는 이런 개념들이 개발 배경이 다른데다 이를 도입한 기업에서만 쓸 수 있었다는 것.그러나 인터넷이 전세계를 엮고 기술자들의 고민이었던 호환성(서로 다른 HW·SW끼리 소통시키는 것)문제가 확장형표시언어체제(XML)의 등장으로 해결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핸디소프트의 안영경 사장은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들이 필요한 정보·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현황은=c커머스는 국내에서는 아직 소개 차원에 머물고 있다. 실제 기업활동에 적용해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기업정보를 서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데, 국내 기업에서는 다소 이르기 때문이다.

업계는 일단 이 개념을 기업들에 소개하고 관련 솔루션 제품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핸디소프트는 지난달 25일 XML솔루션스·네온 등 해외 제휴업체와 함께 행사를 갖고 다양한 c커머스 제품을 발표했다.

싸이버텍홀딩스도 c커머스를 지원하는 ‘커머스셋’을 출시했으며,매크로21(http://macro21.com)등 일부 B2B업체들도 c커머스 개념을 도입한 전자장터를 추진중이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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