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가수 이남이씨, “담배 끊기 힘드니 배우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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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어라’를 부른 가수 이남이(본명 이창남·사진)씨가 29일 오후 2시14분 폐암으로 별세했다. 62세. 이씨는 지난해 11월 말 폐암 판정을 받고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에 입원해 투병생활을 해왔다.

유족과 지인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잦은 기침으로 병원에 갔다가 암 선고를 받았다. 이씨는 평소 하루에 두 갑 이상의 담배를 피울 정도로 애연가였다.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기 보름 전부터 담배를 멀리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는 입원 후 3개월 남짓한 투병생활 내내 병문안을 온 지인들에게 “담배는 끊기가 어려우니 아예 담배를 배우지 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고인의 딸 단비씨는 “못 말리는 애연가였던 아버지께 담배를 줄이라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지키지 못하셨다”며 “투병생활 중 ‘담배는 피우지도 말고 배워서도 안 된다’고 한 말씀이 귓전에 맴돈다”며 흐느꼈다. 담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고인의 행보는 2002년에 작고한 코미디언 고 이주일씨를 떠오르게 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주일씨도 62세의 나이에 폐암으로 삶을 마감했다.

이씨는 1974년 밴드 ‘신중현과 엽전들’의 베이시스트로 데뷔, 77년부터 밴드 ‘사랑과 평화’에서 활동했다. 88년 발표한 솔로 데뷔음반에 실린 ‘울고 싶어라’로 큰 인기를 얻었다. 91년 솔로 3집까지 발표한 뒤 가요계를 떠나 강원도 춘천에 살며 소설가 이외수씨와 함께 지역문화활동을 펼쳤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옥희씨와 두 딸이 있다. 빈소는 춘천장례식장, 발인은 31일 오전. 033-263-4119.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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