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김성탁기자의 정치 따라잡기(10월 셋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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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이번주 정치 따라잡기에서는 지난 4일부터 시작된 17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를 짚어보겠습니다.

국감이 초반부를 넘겼지만 새로 구성된 국회에 기대했던 정책,대안,민생 국감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대신 국감 주제와 동떨어진 여야 간의 이념 공방이나 지리한 기 싸움 등의 구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국가기밀 유출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힘 겨루기가 대표적입니다.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국방연구원이 작성한 ‘북한 장사정포에 의한 서울 함락 시나리오’를 언론에 공개하고, 같은 당 정문헌 의원이 통일부 자료인 ‘북한 급변사태시 정부의 비상계획’을 밝히자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국헌 문란을 조장한다”고 비난했습니다.여당은 두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면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사과도 요구했죠.

하지만 한나라당은 “야당의 국감을 방해하려는 것으로 명백한 야당탄압”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김덕룡 원내대표는 아예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면서 “남은 국감동안 안보와 경제 불안 등을 더 강하게 따지겠다”고 벼르는 형국입니다.

이같은 논란은 급기야 국감을 파행으로 몰아넣었습니다.지난 7일 국회 국방위의 조달본부에 대한 국감장에서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은 “언론플레이로 안보를 위협했는데 그게 스파이가 아니고 뭐냐”면서 박진 의원을 국감에서 빼자고 주장했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국감은 시작된지 1시간만에 중단됐습니다.여야 의원들의 지리한 입씨름 끝에 자정 직전에서야 국감이 재개됐지만 시간이 늦어 10분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안보 현안을 어디까지 비밀로 취급해야 하는 것인지, 비밀이라도 필요하다면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할 수는 없는 것인지는 분명 고민해보아야할 문제입니다.하지만 피감 기관에 대한 국감을 희생하면서까지 그같은 논쟁을 벌인다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입니다.

이번 국감에서는 피감 기관 관계자들에 대한 의원들의 막말과 고성 등 위압적인 감사 태도도 여전했습니다.

한 야당의원은 정보통신부에 대한 국감에서 장관의 답변을 막무가내로 가로막는가 하면 정부 관계자에게 ‘당신’이란 용어를 써 구설에 올랐습니다.

여당의 한 초선의원 역시 서울시 국감에서 ‘대답은 자료에 있으니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등 일방통행식 감사를 벌여 빈축을 샀습니다.지역구 현안을 이틀동안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의원도 있었습니다.‘국감장을 민원 해결의 장으로 여기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나왔죠.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감을 바라보는 시민단체 모니터단의 평가는 싸늘합니다.법률소비자연맹과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등 270여개 사회단체가 연계한 ‘국감 NGO 모니터단’의 한 관계자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피감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는데 이번 국감에선 그런 모습이 안보인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정부에 대한 아부성 발언,자신의 질의 순서가 지나면 곧 자리를 뜨는 의원들의 행태를 문제로 꼽았습니다.

그러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여야간의 대결 양상과는 별개로 일부 상임위에서 진지한 대안과 토론이 오가 정책 국감으로의 변화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번주에 중반으로 접어드는 국감이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대안을 모색하는 모습을 선보일지,아니면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비아냥을 받게 될 지 함께 지켜보시죠.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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