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서승진 한림대 국제학대학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2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국컨벤션연구원에서 만난 서승진(徐承辰.49)한림대 국제학대학원장. 우리나라 컨벤션산업의 귄위자로 꼽히는 徐교수지만 수수한 브라우스를 입고 맨발에 슬리퍼를 끄는 모습이 영락없이 마음좋은 이웃집 아줌마를 연상시킨다.

"별명이요? '왕언니' 요. 정신연령이 35살에서 멈춘 것 같다며 학생들이 붙여줬지요. 평소엔 시끄럽다가 일할 땐 조용해 '폭풍전야' 라고도 부르데요. "

애칭에 가까운 별명에서 에너지 넘치는 삶의 단면이 엿보인다. 그런 '에너지' 를 바탕으로 그는 1997년 국내 최초로 국제회의학과 석사 과정이 개설된 국제학대학원과 한국컨벤션연구원을 만들었다.

보수적인 학계에서는 "그것도 학문이냐" "품위없이…" 라며 비아냥댔지만 3년만에 두 기관은 컨벤션산업을 이끌어 가는 수레의 양바퀴로 성장했다. 현재 국제회의학과 출신들의 취업률은 99.8%에 이르며 몇몇 대학에는 유사학과도 개설됐다.

- 도대체 '컨벤션산업' 이란게 뭡니까.

"컨(con)은 함께, 빈(vene)은 불어로 오다라는 뜻이죠. 혼자 오는게 아니라 함께 오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할까요. 국제회의든 박람회든 회의를 하면 전시.이벤트.관광 등을 수반하게 됩니다. 총체적이고 복합적이면서 경제활동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산업이라 부르는 거죠. "

- 국제회의학과는.

"국제회의.행사.교역 전시 등의 유치.기획부터 운영에 이르는 토탈 서비스.컨설팅 이론 및 실무 등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

이대 영문과와 외대 동시통역대학원을 나와 하와이대에서 언어정치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徐교수는 한림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 전직 대통령들의 통역사로 활약했다.

그는 제1회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때부터 대통령의 통역으로 참석하면서 컨벤션산업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다고 한다.

컨벤션산업의 선구자 눈에 비친 우리나라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 '콘텐츠' 가 너무 단순해 외국 VIP들에게 다시 오고 싶다는 인상을 주지 못해요. 이벤트만 봐도 부채춤이나 살풀이춤으로 졸게 하다 갑자기 사물놀이로 깨우곤 하는 게 전부죠. 국제회의를 비즈니스가 아닌 과시행정의 일환으로 인식하다 보니 기획이 주먹구구였습니다. "

하지만 徐교수는 이번 서울에서 열린 ASEM만큼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선 컨벤션센터를 비롯해 어마어마한 하드웨어가 갖춰졌어요. 컨벤션산업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죠. 회의를 치룬 스탭들의 경험도 큰 자산입니다. "

컨벤션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徐교수가 가장 강조한 것은 '인간적 요소' 다.

"택시기사나 음식점에서 갈비굽는 아가씨부터 호텔.항공사.공무원.회의 전문가에 이르는 '휴먼 웨어' 가 성패를 가를 것입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데요. "

글.사진=강민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