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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공(50)사관학교'를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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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공(50)사관학교라니 웬 뜬금없는 소리인가 할지 모르겠다. 혹시 5공 시대가 그리운 보수파들의 훈련소를 만들자는 것인가 하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아니다.

통계청이 추정하는 바로 앞으로 20여년 후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이른바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고 한다. 그리고 이미 일부 농촌의 노인인구 비중은 이를 넘어섰다 하니 20여년 후면 우리나라 전체가 지금 농촌과 같은 모습으로 바뀔 것으로 상상할 수 있다.

초고령사회가 되면 노인 수에 비해 젊은이 수가 적어 노인들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은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를 한번 계산해 보자. 현재 고교 졸업생의 9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60세 이상이면 직장을 갖기 어려우므로 실질적으로 25세부터 60세까지가 돈 벌어 세금을 낼 수 있는 취업연령층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2004년 현재 취업연령층은 2536만명이고 60세 이상은 609만명이므로 4명 이상이 벌어 노인 한명을 부양한다고 계산할 수 있다. 그런데 2025년이 되면 취업연령층은 현재보다 10만명이 줄어드는 반면 60세 이상은 1359만명으로 두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그렇다면 노인 한명을 부양할 수 있는 젊은이가 2명이 채 못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처럼 빠르게 노령화가 진전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출산율이 낮기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출산율을 급격하게 높이기는 어려운 법. 해결책은 취업연령층을 늘림으로써 부양해야 할 노인층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팔팔한 20대도 취업하기 힘든 판에 60대가 어떻게 일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 현재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렵다. 그래서 오공사관학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공사관학교는 한마디로 50대를 30대로 만드는 재교육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60대가 돼도 활력있는 중년층으로 일하도록 하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야'가 생각에서 머무르지 말고 현실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사관학교인가. 사관학교가 지덕체의 균형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처럼 나이를 뛰어넘는 체력.마음.지식을 갖춘 씩씩한 인재로 거듭나자는 취지다.

내가 생각해 본 오공사관학교의 모습은 이렇다. 목표는 30대의 체력과 자신감, 그리고 정보지식을 갖춘 인재로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체력훈련을 중요시한다. 건강한 체력은 자신감과 일에 대한 열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50대의 생도들은 체력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6개월 내지 1년 동안 집단훈련과 함께 개별화된 훈련을 철저히 받을 것이다. 그래서 특전사 훈련도 소화할 수 있는 강한 체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훈련이다. 50이라는 숫자가 주는 중압감을 날려버려야 한다. 스스로 젊다고 생각하고, 30대의 감수성을 보이며, 앞으로 최소한 20년 이상 일하겠다는 각오를 갖도록 각종 마음훈련을 받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식함양은 정보기술(IT)분야를 비롯한 새 지식을 습득하고 직업교육을 통해 이뤄질 것이다. 이를 위해 주말은 입소하고 주중에는 저녁에 1~2회 훈련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오공사관학교는 창의성을 살릴 수 있는 민간 교육프로그램으로 육성하되 정부는 이를 보조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60대가 일하게 됨으로써 부양해야 할 노인층이 줄 뿐 아니라 세금까지 거둘 수 있는 이득을 생각하면 당연히 지원해야 할 것이다. 오공사관학교를 나와도 이들을 받아줄 일자리가 없다면 무용지물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고령자의 일자리가 어려운 이유는 심리적.체력적으로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재교육을 통해 몸과 마음이 젊은 생산성 높은 인재로 거듭나면 일자리는 많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작업장을 누비는 '젊은 오빠'를 누가 마다하겠는가.

남성일 서강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