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저축의 날 대통령상 수상한 박종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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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상을 받아 기쁘긴 하지만 가난 때문에 잃은 아들이 자꾸만 생각나 여간 가슴아픈 게 아닙니다. "

지난달 31일 저축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박종문(朴鍾文.48.충북 괴산군 증평읍)씨. 그는 막상 '저축왕' 으로 선정되고 보니 병원갈 형편이 안돼 품안에서 숨져가는 아들(당시 세살)을 속절없이 바라보기만 했던 18년 전의 일이 떠올라 요즘도 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투병 중인 탓에 중학교 진학도 포기한 채 집안농사를 거들며 젊은 시절을 보낸 朴씨는 결혼 후 부인과 함께 머슴살이와 행상 등을 하면서도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

덕분에 그는 증평시장내 야채가게 사장님이 됐고, 저축 총액만 2억원을 넘는 알부자가 돼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오늘이 있기까지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결혼 후 집에서 부모를 모시고 4년간 살다 무일푼으로 독립한 그는 남의 집 축사에 딸린 부엌도 없는 방에서 5년간 머슴살이를 해야만 했다. 아들을 잃은 것도 이 무렵이었다.

그러던 중 1986년께 그의 성실성을 잘 알고 있던 인근 채소밭 주인이 소작을 배려하면서 차츰 기반을 닦게 됐다.

오이.상추 등을 재배해 행상으로 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내집 마련도 평생 꿈인 건물을 지을 때까지 미룬 채 그는 단돈 1만원이 모여도 저축을 했다.

이제 건물을 지을 터를 사둬 꿈의 절반을 이룬 셈이지만 그는 요즘도 부인과 함께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1시까지 가게에서 일한다.

1남 2녀를 둔 朴씨는 "돈에 한이 맺힌 부모 때문에 외롭게 자라온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다" 며 "하지만 평생 가난 극복을 위해 근면과 성실로 살아온 아버지의 인생을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 고 말했다.

괴산=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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