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도 미국 당선자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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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 대선은 미국민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아시아.유럽국가들도 민주당 앨 고어가 이길지, 아니면 공화당 조지 W 부시가 승자가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각자의 국익이 달라지고 외교정책 변화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아시아 3국=중국과 일본, 그리고 남북한은 특히나 미 대선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미국 민주당은 남북대화와 한반도 화해분위기에 일관된 환영입장을 표시해왔다. 그러나 공화당은 지난 8월초 전당대회 때 대북 강경정책을 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공화당이 집권하면 미국은 대북 협상에서 이전보다는 훨씬 까다로운 조건들을 내세울 것이다.

북한이 만일 미국의 태도에 반발해 또 다시 핵이나 미사일 개발을 공언하면 북.미관계 경색은 불가피하다. 또 남북관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중국과 일본도 미 대선 결과에 크게 영향받는데 양국은 이해관계가 정반대로 얽혀있다. 공화당이 집권하면 미.중 관계는 나빠지고 미.일 관계는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부시 후보는 중국의 인권문제.대만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해왔다. 중국도 이 두가지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서로 갈등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고어가 집권하면 미.중관계는 클린턴 시절의 우호관계를 이어갈 전망이다.

일본은 그와는 정반대다. 클린턴 대통령은 집권 초기 일본에 대해 비우호적이었고 잦은 무역마찰을 빚어왔다.

그러나 부시는 아시아에서 경제.군사적으로 일본의 역할이 증대돼야 하고 미.일관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일 고어가 당선되면 일본은 클린턴 때보다는 개선된 관계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고어는 미국 내 노동조합의 눈치를 봐야 하고 미국 노조는 일본에 대해 적대적이기 때문에 관계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유럽=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30일 "유럽 정부들이 미 선거에 투표권이 없는 게 부시로선 다행" 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유럽에선 좌파 정권들이 득세하고 있는데 이들은 기본적으로 민주당과 가깝다. 게다가 고어는 지난 8년간 부통령으로서 유럽 지도자들과 자주 만났지만 부시는 유럽에선 거의 이방인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대놓고 내색하진 않는다. 1992년 존 메이저 영국 총리가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다 클린턴이 당선되고 난뒤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은 경험도 있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은 또 부시측이 발칸반도 평화유지활동(PKO)에서 미군을 빼겠다고 하고, 미사일 개발계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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