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 안개 젖어
고개 들어도 안 뵈더니
가로수 가을빛에 다가서는
북악 자태
그 자리 외앉았어도 어김없는 그 깊이
작은 일 큰 일에도
곧잘 흔들리며
가깝고 먼 길
두루 허둥대다가
가 닿은 아쉬움 자리 걷지 못한 이 가을에
잠재운 말씀들을 빛으로 부러 내서
깊은 속 세월 자락을
펴보이는 그 몸짓
한울음 까치소리로 내 눈 씻는 북악이여!
- 홍승희(56) '북악 물들다'
저 금강산이나 설악만이 단풍드는게 아니다. 서울에 살다 보면 어느 새 북악이 색색의 물감을 빨아들여 넉넉한 마음을 적셔준다.
광화문 거리의 은행나무들도 그 빛을 받아 금빛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하는 이런 가을날, 사는 일에 눈뜰 사이 없이 계절의 발걸음을 보지 못하다가 문득 마주치는 북악 자태!
속에 잠재운 말씀들 깨우치며 까치 한울음이 하늘을 찢는 시조의 이 절묘한 운치!
이근배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