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온라인 동대문 '클릭 시장' 팽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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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광장시장은 평화시장을 낳고, 평화시장은 신평화시장을 낳고, 신평화시장은 동평화.청평화시장을 낳고, 또 이들은 아트프라자를 낳고, 아트프라자는 디자이너크럽과 밀리오레.두산타워를 낳고…. " 인터넷에 떠있는 '동대문 복음서 1장1절' 이다.

밀리오레.두산타워 등 현대식 대형 복합 패션몰의 등장으로 동대문시장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데 이어 가상공간 인터넷에서도 동대문시장 건설이 한창이다.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생긴 동대문시장 관련 인터넷 사이트는 현재 50여개. 실제 쇼핑몰의 사이트부터 동대문시장 전문 검색엔진.사이버 쇼핑몰.인터넷 뉴스.커뮤니티 등 종류도 실제 동대문시장만큼 다양하다. 지난 7월 말에는 동대문디지털협회까지 결성됐다.

지난 4월 문을 연 셔틀트레이드는 외국 보따리상을 위한 동대문시장 쇼핑몰. 고객이 옷을 주문하면 의류상에서 이를 직접 공급받아 해당 국가로 보내준다. 전문가를 통해 좋은 제품을 추천한다. 영어를 기본화면으로 중국어.일본어도 서비스한다. 이달 매출이 24일 현재 1억원을 넘어섰고 연말까지 1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삼았다.

김현수 사장은 "외국인 보따리상이 의사소통 등 업무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며 "시장을 직접 찾지 않아도 원하는 제품을 쉽고 빨리 구입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고 말했다.

동타닷컴은 동대문 커뮤니티 사이트다. 동대문 시장 및 재래시장 패션상품에 대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현재 올라가 있는 게시물이 1만개가 넘는다.

동대문시장 관련 뉴스도 모아놓았고, 검색엔진에서 원하는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동대문 이야기' 로 시작한 이곳은 현재 하루평균 3천명 이상이 찾고 있다.

동대문114는 지난 7월 문을 연 동대문시장 전문 검색엔진이다. 동대문 시장 관련 정보를 유형별로 모아놓아 일반 검색엔진에서 찾기 어려운 시장정보와 개별 점포와 상품을 검색할 수 있다.

이밖에도 여성전문 패션쇼핑몰 이브클럽, 동대문은 물론 남대문시장 등 서울시내 주요 재래시장에 대한 정보를 모은 보따리21 등도 인기다. 밀리오레.두산타워.디자이너크럽 등도 자체 인터넷 사이트를 갖고 있다.

동대문디지털협회 신용남 회장은 "동대문을 비롯한 재래시장이 언제까지 현재 모습대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 며 "이들 업체는 동대문시장의 내일을 준비하는 집단" 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비심리가 위축돼 동대문시장의 매출이 줄었지만 세계적 패션시장으로 발돋움하려는 열기는 여전하다.

지난해 말부터 밀리오레와 프레야타운이 홍콩과 중국 등지로 진출했고, 지난달 말에는 동대문시장 옷가게 주인들이 손을 잡고 일본 도쿄(東京)한복판 시부야(澁谷)에 '동대문시장' 을 차렸다.

서울 동대문시장에는 하루평균 2천명 이상의 외국인이 찾고 있고, 지난해 한해 동안 동대문시장의 의류수출액은 19억달러(약 2조원)에 이른 것으로 시장에서 집계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지난해 컬러TV 수출액 10억달러의 두배에 가깝다.

1905년 광장시장에서 출발한 동대문시장은 60년대 평화시장의 설립과 함께 국내 의류산업을 대표하는 도매시장으로 자리잡았다.

97년 말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동대문시장은 오히려 성장했다. 98년 8월 밀리오레, 99년 2월 두산타워가 들어서면서 동대문시장이 국내외 첨단 패션 기지로 우뚝 섰다.

최근에는 신형 복합 패션몰에 밀려 빛을 잃는 듯했던 동대문시장 동편 재래상가 지역에 상가 개.보수, 신축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 이유순 수석연구원은 "동대문시장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빅뱅을 일으킬 것" 이라며 "동대문시장과 함께 관련 인터넷 사이트가 성장하면 업체들이 직접 해외에 진출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효과가 나타날 것" 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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