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컨설팅] 시공사 선정되면 재건축 바로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Q) 시공사가 선정되면 재건축 사업이 금방 진행되나. 요즘 저층 아파트의 재건축 공사를 담당할 시공업체들이 속속 정해지고 있는데 과연 그런 아파트를 사도 되는지 모르겠다. 안면있는 부동산중개사는 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두라고 한다. 김옥순 <서울 개포동>

(A) 서울의 웬만한 낡은 저층 아파트는 거의 재건축 공사업체가 선정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건축추진위원회만 구성돼도 시공사 선정에 들어가는 게 요즘의 분위기다. 잠실 등 서울 저밀도 지구는 물론 개포 저층단지도 대부분 시공업체가 결정됐다.

아직 집이 생생한 편인 고덕 저층단지와 경기도 과천도 시공업체 선정을 서두르고 있어 1980년대 지어진 저층 단지들은 거의 재건축 환상에 들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공사만 선정되면 만사가 다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물론 시공업체가 정해지면 속도가 붙는다. 건설업체가 앞장서 일을 빨리 진행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고개가 한 두개가 아니다. 건설업체도 금방 일이 풀릴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언제 공사가 진행될지 모르지만 일단 '내 일감' 으로 선점해 놓은 셈 친다.

특히 서울의 대단위 저층 아파트는 더욱 그렇다. 정부나 서울시는 재건축이 빨리 진행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잠실 주공 등 기본계획이 마련된 서울 저밀도 지구도 되도록이면 철거시점을 뒤로 미루려는 눈치다. 한꺼번에 많은 집이 철거되면 가뜩이나 불안한 전세시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서울시 등이 재건축 허용 여부를 판가름하는 아파트 안전진단 신청 자체를 잇따라 반려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가 깔려 있다.

지금까지는 재건축조합이 올린 신청을 대부분 받아주었고 안전진단기관들도 가급적 재건축을 허용하는 쪽으로 인심을 쓰는 일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조합.진단기관 등의 뒷거래도 얼마든지 가능해 기준 미달 아파트도 재건축 판정을 받는 일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사업 여건은 예전같지 않다. 안전진단 과정을 통과하기도 어렵거니와 용적률 강화 등으로 채산성도 많이 떨어졌다.

큰 단지는 재건축에 따른 교통.환경 영향평가 절차도 거쳐야 하고, 특히 저밀도지구의 경우 집값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따지는 서울시 조정자문위원회도 통과해야 한다.

이는 시공사가 선정됐다고 재건축이 다 순조롭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시공사 선정 후 10년이 지난 뒤에 철거작업이 진행되는 아파트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투자는 이것 저것 잘 따져본 뒤 결정해야 한다. 정책의 방향도 생각해야 하고 지역적인 특성, 단지규모 등도 고려해야 한다. 다같은 저층이라도 추진일정이 천차만별이다.

최영진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