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납북 일본인 제3국행' 발언 사면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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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사진)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 "북한측이 일본인 피랍자를 제 3국에 추방형식으로 내보내면 이를 일본이 알아서 처리하겠다" 는 이른바 피랍자의 '제3국 발견 방식' 발언을 내놓은 후 사면초가에 몰렸다.

이 방식은 납치문제의 유력한 해결책으로 물밑에서 저울질 해 온 사안으로 모리는 지난 20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를 공개했다.

발언은 총리 자질론으로 불똥이 튀었고 야당은 물론 집권 자민당, 내각에서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자민당 소장층은 아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민당의 내일을 만드는 모임' 소속의 와타나베 요시미(渡邊喜美)의원은 23일 "총리는 빨리 그만두는 것이 좋다. 내년 9월의 총재 경선까지 기다릴 수 없다" 고 목청을 높였다.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의원은 "총리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고 했고,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의원은 "내년 7월의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현 체제로는 안된다" 고 말했다.

비난은 24일의 각의와 자민당 총무회에서도 이어졌다. 오오기 지카게(扇千景)건설상(보수당 당수)은 각의에서 "납치자 가족들은 이번 발언을 간과할 수 없다" 고 말했다.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통산상은 총리의 발언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피랍자의 제3국 발견 방식을 1997년 방북 때 북측에 제안한 나카야마 마사아키(中山正暉)전 건설상도 발끈했다.

모리가 발언 해명 회견에서 "제3국 발견 방식은 나카야마의 개인적 견해" 라고 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나카야마는 제3국 발견 방식은 자민당 방북단의 공식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모리가 거짓 해명까지 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번 발언으로 북.일 관계마저 꼬이면 모리는 집권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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