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술집화재 안타까운 죽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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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엄마, 대학 안 가도 돼요. 제발 눈 좀 떠 봐요. "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차병원 영안실. 李모(18.고3)양과 동생(14.중1)은 18일 밤 성남시 성남동 아마존 유흥주점에서 일하다 불에 타 숨진 어머니 崔모(39)씨의 영정을 부여안고 오열했다.

사업을 하던 남편(44)이 국제통화기금(IMF)사태의 영향으로 부도가 나면서 실직자가 되자 식당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맡아왔던 崔씨는 "딸만은 꼭 대학에 보내겠다" 며 한달 전부터 주점에서 일해오다 변을 당했다.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해온 사실을 엄마가 숨진 뒤에야 알게 된 李양 남매는 엄청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함께 숨진 유모(37.여)씨는 딸(13.중1년)에게 컴퓨터 사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틀 전부터 유흥업소에 나왔다가 목숨을 잃었다.

유씨의 언니(44)는 "4년 전 이혼한 뒤 파출부로 생계를 유지하다 딸이 컴퓨터를 사달라고 조르자 목돈마련을 위해 이 일을 시작했다" 고 말했다.

이혼한 주부가장이 늘고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생계수단으로 유흥업소 문을 두드리는 30~40대 주부들이 늘고 있다.

경기도 성남.부천시, 인천 등과 서울 강동구.강서구 등에선 주부들에게 손님접대를 하게 하는 유흥주점과 노래방 등이 적지 않다. 화재가 발생한 이 업소 일대에도 60여곳의 '미시촌' 이 몰려 있다.

이유는 파출부나 식당일에 비해 수입이 많기 때문. 식당일은 한 시간에 5천원에서 1만원 정도 받지만 유흥업소에서는 시간당 최소 2만원 이상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주부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아는 사람을 피해 서울에서 성남 등 외곽으로, 외곽도시에서는 서울로 원정 취업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18일 밤 숨진 6명도 대부분 주부이고 이 중 5명은 서울 거주자였다" 고 밝혔다.

정찬민.박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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