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아시아-유럽, 북한·인권 등 시각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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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럽 15개국과 아시아 10개국 정상이 만나는 ASEM은 흔히 '토크 숍(Talk Shop)' 이라고 불린다.

그간 두 차례(방콕.런던)의 ASEM에서 서로 덕담만 나눴을 뿐 치열한 토론과 구체적 결과가 없었던 점을 빗댄 말이다.

그러나 이번 서울 ASEM에서는 준비단계에서부터 인권.내정간섭.북한핵 등 현안을 둘러싸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등 유럽국들은 ASEM 헌장격인 '아시아.유럽 협력체제(AECF) 2000' 에 '민주주의.인권.법치주의' 등을 포함시키자고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프랑스는 특히 민주주의.인권 등은 의장성명이나 별도 성명으로 강조하자는 제안까지 내놓았다.

반면 중국.말레이시아 등은 '내정불간섭' 이 우선돼야 한다며 펄쩍 뛰는 바람에 막판 진통을 겪었다.

이같은 논쟁은 경제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노동자의 권익을 희생해 생산성을 높이고, 국가가 각종 보조금으로 무역경쟁을 지원하는 아시아국들에 대해 유럽이 제동을 걸려는 의도도 있다는 얘기다.

시민단체의 ASEM 참여에 대해서도 유럽국들은 적극적인 반면 일부 아시아국들은 '시기상조' 라며 거부했다.

전통적으로 '인권' '시민사회' 등의 가치체계를 중시하는 유럽과 '가부장적 질서' 를 중시하는 아시아의 문화적 충돌에 경제실리 신경전이 맞물려 치열한 논박이 펼쳐진 모양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표현문제도 쟁점이었다.

유럽측은 "대북 경제지원 등을 '서울선언' 에 담기 위해서는 북의 인권.미사일.핵문제 등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이런 내용을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데 반대, 조정자인 한국이 진땀을 흘려야 했다.

ASEM 고위관리회의 의장인 최영진(崔英鎭)외교부 외교정책실장은 19일 "북한 대량살상무기는 포괄적 표현으로 하되 ASEM과 북한 양측에 모두 협력을 촉구하기로 결론냈다" 고 밝혔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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