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전 정부 보조금 상한제 불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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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의 운반 하역기계 전문 제조회사인 ㈜대산이노텍. 이 회사 강성원(36)대표는 지난해 2월 공장을 충남 공주시 정안농공단지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회사 규모를 늘리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시화공단 등 수도권에서는 더 이상 용지를 구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시화공단에 비해 땅값이 17%에 불과하고 수도권과 가까운 충남 공주로 이전을 결정한 것이다. 게다가 수도권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정부 보조금 혜택까지 받을 수 있었다. 충남의 경우 수도권 기업이 이전할 경우 공장 용지 구입가의 70%까지 지원해 준다. 강 대표는 “수도권과 가까운 충남이 기업하기는 입지여건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강대표는 지난해 9월 정안농공단지 조성 시행사와 공장용지 9900㎡(3.3㎡당 60만원)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강대표는 이미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3억여원을 지출한 상태다. 그는 “중도금 지출을 위해 2억3000만원을 대출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대표는 최근 크게 실망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기업이전 보조금 제도는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을 장려하기 위해 2004년부터 시행했다. 올해부터 정부는 지식경제부 고시를 통해 수도권을 제외한 13개 시·도에서 기업을 유치할 경우 한개 시·도가 총 보조금의 15%이상 가져갈 수 없도록 못박았다.

지금까지는 지역에 제한없이 기업이전 실적이 있는 곳이면 정부 보조금을 지원해 왔다. 지금까지 6년간 237개 기업 이전에 국비 2210억원이 보조금으로 지급됐다.

이가운데 충남의 경우 지난해 국고보조금 870억원가운데 40%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보조금이 일부 지역에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충남도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을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공장 이전을 결정했던 80여개 회사는 “날벼락을 맞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의 J사는 이미 내년 2월까지 공장을 이전키로 하고 10억여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 회사 대표 강모씨는 “보조금 지급만 믿고 대출까지 받았는데 큰 일”이라며 가슴을 쳤다. 충남도의 경우 올해 보조금은 800억원 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상한제에 따라 확보가능금액은 15%인 124억원에 불과하다. 충남시장군수협의회도 최근 모임을 갖고 정부에 보조금을 확대해 줄 것을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충남도 이재관 경제통상실장은 “충남도의 열악한 재정형편상 부족한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 지역투자과 김서환 사무관은 “이전희망기업이 많은 충남도 등 일부 지자체는 자체 재원으로 해결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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