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 한국 ‘4천왕’ 배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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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일본 기업들의 한국 기업 견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 전문 주간지 ‘닛케이(日經) 비즈니스’는 최신호에서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한국의 ‘4천왕(天王)’,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POSCO에서 일본의 활로를 찾자”고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16면에 걸친 ‘한국 4대 기업, 약진의 비밀’ 제하의 특집 기사에서 한국 기업의 5대 경쟁력을 분석한 뒤 일본 기업들이 이를 배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 기업들은 ▶라이벌 기업들이 몸을 움츠릴 때를 비약의 호기로 삼고 있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장 분야에 집중하고 ▶단순한 만들기보다는 고객이 요구하는 상품을 만든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 시장으로 나가며, 경쟁 기업의 장점을 배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닛케이 비즈니스는 “위기감을 느낀 일본 기업들은 최근엔 한국 4천왕의 제품 품질과 디자인, 마케팅 등을 필사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요타자동차와 닛산자동차는 전담팀이 현대차의 신제품을 입수해 정밀 분석하고, 생산과 마케팅에 참고하고 있다.

소니와 파나소닉 등 전자회사도 마찬가지다. 파나소닉의 오쓰보 후미오(大坪文雄) 사장은 “친환경 제품 등 우리가 강한 기술을 앞세워 시장 판도를 바꾸는 싸움을 해 나가야 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일본 기업들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최근 미국에서 열린 가전박람회(CES)에서 “우리는 기초기술과 디자인에서 (일본에) 이기고 있다”고 한 발언에 충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기술력이 앞선 일본의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여전히 연간 300억 달러 규모의 대일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고 닛케이 비즈니스는 지적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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