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홀] 부산영화제 성공했다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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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지난 14일 폐막된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 규모나 초청 인사에서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다.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했다는 칭찬까지 나왔다.

그러나 영화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이런 얘기는 성급한 판단으로 들린다.예산확보 측면에서 부산영화제의 앞날은 풍전등화의 형국이기 때문이다.올 영화제 시작 전 관계자들은 2001년 행사 걱정에 안절부절 못했다.

내년 예산에 정부 지원금이 반영될지 불투명했던 것. 27억원 규모의 부산영화제는 지난 3년간 정부로부터 해마다 10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올해 결론은 정부가 내년까지 10억원을 한번 더 지원한다는 것. 그 이후는 내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쪽에선 '영화제 자립이 힘겨워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과 '지속적인 후원은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베를린.칸 등 외국영화제의 경우 정부지원 의존도가 50% 이상이다.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다.

부산영화제 수입의 근간은 정부의 10억원, 부산시의 5억원, 티켓 판매 수익 5억원, KTB네트워크.부산극장.두루넷 등 기업에서 지원하는 7억원 등.

올해 이 예산은 국내외 인사 6백여명 초청비 4억원, 야외 상영기 임대와 자막.번역 작업비 3억2천만원, 극장 대관료 6억원 등으로 쓰였다.

그밖에 인건비와 일반 관리비로 7억5천만원이 사용됐다.현재 영화제 상근 직원이 12명이며 단기 스태프 80여명이 일을 거들고 있다.

이런 상황인지라 영화제 내부에선 정부가 지원하지 않으면 영화제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푸념마저 나온다.

그렇다고 공공기관의 지원만 바라볼 수 없는 일. 민간자본을 끌어들어야 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실제로 이번 영화제에서 드러난 인프라 부족은 국제적인 행사로 성장하는 데 최대 걸림돌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영화제를 계속 키워나갈 장기적 전략을 세울 여건이 안돼 있다.이제 성공의 기쁨은 접어두고 영화제의 발전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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