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가여운 아이=가엾은 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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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제대로 치료도 못 받는 그들이 너무 가엽다!” “엄마를 찾으며 서럽게 우는 아이의 눈물이 안 잊힌다!” 지진으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과 가족을 잃은 아이티인을 향한 탄식. 이 한숨에 섞인 ‘가엽다’ ‘서럽게’를 ‘가엾다’ ‘섧게’로 써도 될까?

마음이 아플 만큼 안되고 처연하다는 뜻을 표현할 때 ‘가엽다’라고 하는 이도 있고 ‘가엾다’라고 하는 이도 있지만 둘 다 사용해도 무방하다. 복수 표준어이기 때문이다. “가여운 아이” “가엾은 아이’ 모두 올바른 표현이다.

원통하고 슬프다는 감정을 나타낼 때도 마찬가지다. ‘서럽다’ ‘섧다’ 중 하나는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모두 표준어로 인정한다. “서럽기 그지없는 처지”라고 써도 되고 “섧기 그지없는 처지”라고 써도 된다.

‘가엽다/가엾다’의 경우 복수 표준어이지만 활용 형태는 다르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가엽다는 ‘가여워/가엽고/가여우니’로 ㅂ불규칙활용을 하고, 가엾다는 ‘가엾어/가엾고/가엾으니’로 규칙활용을 한다. ‘서럽다/섧다’의 경우는 둘 다 ㅂ불규칙활용을 한다. 서럽다는 ‘서러워/서럽고/서러우니’로, 섧다는 ‘설워/섧고/설우니’로 활용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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