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파리에 조성할 서울공원 설계공모 당선자 오웅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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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파리에 전통적인 한국식 정원을 고집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없죠. 한국적인 것을 그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야 합니다."

지난 7월 파리 불로뉴숲에 조성할 서울공원 설계공모에서 당선돼 현재 실질설계 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환경디자인센터 오웅성(吳雄星.40)소장.

파리 서울공원은 1천4백평 규모로 서울-파리간 우호의 새 징표로서 조성된다. 측량과 행정.기술적 협의는 이미 끝났고 내년 봄 첫 삽을 떠 내년말 완공예정이다.

"다소 한국적인 것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정자(亭子)처럼 우리 건축문화를 상징하는 것을 부각해야 하지 않느냐고요. 하지만 파리 시민들이 가족단위로 찾아오는 공원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吳소장이 조경.설계시 가장 강조한 부분은 '발견의 정원' 이다. 나지막한 둔덕인 반지하공간 내부에선 잠망경을 통해 바깥에 있는 정원의 풍치를 즐길 수 있고 반대로 외부에서는 지하공간의 관람객과 전시물을 엿볼 수 있도록 구상했다.

특이한 설계형태가 어린이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어 가족공원에 적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1986년 성균관대 조경학과를 졸업한 吳소장은 우리나라에서 조경을 전문적으로 배운 1세대에 속한다.

"고등학교 때 '농땡이' 를 치는 바람에 조경학과에 들어갔다" 는 그는 처음엔 조경이 뭔지도 몰랐다.

설계를 시작하면서 조경에 매료된 그는 89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마치고 프랑스 베르사유 국립조경학교와 파리 국립사회과학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철길에 핀 들풀 하나에도 애착을 갖는 것이 조경인의 마음" 이라며 "라디오 주파수마다 미묘하게 소리가 다른 것처럼 미물의 사소한 변화도 섬세하게 느끼고, 그 느낌을 공간에 옮길 수 있는 감성이 조경가에겐 필요하다" 고 말했다.

"정원은 이용자에게 만족을 주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는 그는 '사람을 위한 공원' 을 강조한다.

89년 설계한 분당중앙공원이 그의 지론을 반영한 작품. 야산지대였던 원래 모습을 최대한 살려 아파트 주민들이 자연스레 숲으로 발길을 옮길 수 있도록 했다.

의상디자인과 조경의 벤처사업화, 도시테마파크 등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그가 추구하는 것은 결국 '정원의 대중화' 로 귀결된다.

"이제 외형상의 건축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올라섰습니다. 앞으로는 풍부한 녹지가 공간의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죠. 환경친화적이면서도 사람들에게 친근한 공간을 연출하는 게 제 몫입니다."

글.사진=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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