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성전환자들의 삶과 고통 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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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연예인 홍석천씨의 '커밍 아웃'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것)을 계기로 동성애자.성전환자 등 성적 소수자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이들에 대한 정보 접근이나 대화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14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에서 방영한 '트랜스 젠더-성(性)을 바꾸는 사람들' 편은 일반인에게 이들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성적 소수는 정신질환의 일종' 이라는 인식을 가졌든 아니면 '소수자의 인권도 보호돼야 한다' 는 입장의 시청자이든 이 프로는 그들에게 성적 소수자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판단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20년 가까이 동성애 문제를 연구해 온 윤가현 전남대(심리학과)교수는 "조사 결과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동성애자나 성전환자들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일수록 보수적인 태도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 설명했다.

이날 방영분에서는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가수로 활동 중인 진주(25)씨, 부인과 자녀를 둬 성전환을 포銖?오영원(42.강사)씨,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을 희망하는 송현희(24.회사원)씨, 신학대학에 재학 중인 김영일씨 등 다양한 사례를 제시했다.

이들의 고통이 그들을 보는 사회적 인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제작진의 숨은 노력이 엿보이기도 했다.

또 성전환자에 대한 법적인 성별 정정과 관련해 진행자(문성근)가 의학계와 법조계의 입장 차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의미심장했다.

5년전 성별 정정 소송에서 운좋게 승소한 박보경(45)씨는 "제가 완벽한 여자로 살게 된 데는 성전환 수술보다는 성별 정정" 의 힘이 컸다며 성전환자에 대한 법적인 보호를 호소했다.이밖에 성전환과 관련한 몇몇 해외사례와 함께 의학적.심리적 분석도 이해를 돕는 대목이었다.

방송 후 SBS 홈페이지에 접수된 시청자들의 소감은 다양했다.'남성과 여성 외에 제3의 성은 인정할 수 없다' (oem1234)는 반대 입장이 있는가 하면 방송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늦었지만 그들이 행복하게 살 권리를 찾아주자 (davi94), 고등학교 때 헤어진 친구를 방송에서 봤다.

그때 아무도 그 친구의 아픔을 달래주지 않아 내내 가슴이 아팠는데 자신의 성을 찾은 걸 보니 너무 기쁘다 (lys0301)는 의견도 있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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