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각계반응] 여성회 이우정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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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평생 인간 존엄성의 훼손에 분노하고 아파하던 분이 이제야 제대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화운동 동지로 지내온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의 이우정(李愚貞.77.사진)수석대표의 첫 마디다.

李대표는 "몇년 전 金대통령을 모시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다룬 영화 '낮은 목소리' 를 관람할 때 대통령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고 소개했다.

영화가 끝난 뒤 李대표가 "왜 그렇게 우셨어요" 라고 묻자 金대통령은 "나라가 약해 고생을 한 할머니들이 귀국 후 숨어서 가난.병마와 싸우는 것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고 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76년 3월 李대표가 서울여대 교수로 재직 중 유신체제의 폭압성에 저항하는 '3.1 민주구국선언(일명 명동사건)' 에 함께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온 李대표는 계속 투옥 중이던 金대통령을 면회하면서 불의를 참지 못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80년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던 李대표는 먼 이국 땅에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을 듣게 된다.

李대표는 "金대통령이 대법원 최후 진술에서 '정치적 희생자는 내가 마지막이기를 소망한다' 고 말했다는 것을 타국 땅에서 들었을 때 한없이 울었다" 고 말했다.

그는 "철저하게 자신을 망명.투옥 등 고난의 길로 내몬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정치적 보복을 반대한 데서 金대통령의 큰 그릇을 엿볼 수 있다" 고 덧붙였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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