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77년 전 법 꺼내 ‘월가와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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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고강도 금융 규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규제를 입안한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에 선전포고를 했다. 미국 금융계는 부글부글 끓어 올랐고,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10400선이 허물어졌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휘청거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은행의 규모와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의 고강도 금융규제안을 발표했다. 은행이 자기자본을 지렛대로 삼아 마구잡이로 돈을 끌어들여 투자하는 것을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은행이 예금을 일정 수준 이상 받지 못하게 제한하는 강력한 시장 점유율 상한제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되면 은행은 덩치를 키우기 어렵다. 이 규제는 1933년 만들어져 99년 없어진 ‘글래스 스티걸법’의 재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납세자와 미국 경제를 위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개혁에 나서야만 한다”며 “이에 저항하는 세력이 싸우길 원한다면 기꺼이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후폭풍은 거셌다. 이날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2% 떨어진 10389.88로 마감했다. 유럽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여파는 22일 아시아로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7.66포인트(2.19%) 떨어진 1684.35로 마감했다. 외국인 순매도는 4319억원으로 올 들어 최대 규모(유가증권시장)였다. 일본 닛케이 지수도 2% 이상 떨어졌고, 중국·대만·싱가포르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김영훈·조민근 기자

◆글래스 스티걸법=1933년 미국에서 글래스 스티걸 의원이 제안한 법. 1929년 발생한 대공황의 원인으로 상업은행의 방만한 경영이 문제가 되면서 이를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해 상업은행이 고객의 예금으로 주식투자를 할 수 없게 하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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