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의 성자 비노바 바베 전기 '…명상과 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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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학교는 말 잘 듣는 하인들을 훈련시키는 공장에 불과하다며 대학을 중퇴했다. 사회에서 받은 졸업장과 자격증 등을 불태우고 수행길에 올랐다.

고행자.성자들과 토론하며 그들이 현실과 단절돼 있어 깨달음을 얻지 못함을 깨달았다.

신은 세상살이를 통해서만 깨달을 수 있는 법. 그래 세상에 돌아와 간디와 함께 비폭력 사회 혁명을 일으켜 지도자로 우뚝서자 다시 훌훌 털고 명상의 세계로 돌아갔다.

성자요 정치가로 널리 알려진 마하트마 간디와는 달리, 그를 따랐고 그가 세상에서 가장 사심없는 사람이라고 했던 비노바 바베'(1895-1982)'에 대해 우린 잘 모른다.

가난한 자를 위한 혁명과 명상과 수행으로 큰 자취를 남겼지만 그 자취마저 지워버리라는 비노바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1985년 그의 제자이자 대변인 역할을 했던 칼린디가 '비노바 바베-명상과 혁명' 이라는 전기를 썼고, 이 책이 실천문학사에서 번역, 출판됐다.

"많은 훌륭한 사람들과 살기도 했고 경험의 지혜로 가득찬 위대한 인물들의 책도 읽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내가 어머니에게서 보고 배운 실천적 신앙만 못하다."

인도 최상층 계급인 브라만 태생의 비노바 집안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헌신했다.

가난한 학생들을 집에서 묵게 할 때 어머니는 그 학생들에게는 갓 지은 따뜻한 밥을 주면서도 자신에게는 그들이 먹고 남은 찬밥만 줬다.

해서 "어머니는 늘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존중하라고 말씀하시면서도 왜 나만 차별하느냐" 고 물었다.

이에 어머니는 "나는 아직도 너를 아들로 생각하며 편애하고 있고 가난한 학생들은 사람의 몸을 입고 오신 신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야" 라고 답했다.

비노바는 1916년 한 수행소에서 간디를 만났다. 둘은 농사일.물레잣기 등을 하며 비폭력 사회개혁운동에 앞장섰다. 40년 간디는 시민불복종운동을 제안하면서 그 지도자로서 비노바를 인도와 세계에 소개했다.

"그는 나와 똑같은 정열을 가지고 비폭력적으로 공동체적 일치를 신봉하고 있다" 며. 독립 후 인도는 가난한 자는 굶주림에, 부자들은 굶주린 자들의 폭동에 떨고 있었다.

이때 비노바는 '평화의 대장정' 에 올랐다. 13년간 인도 전역을 돈 대장정을 통해 그는 평화적으로 지주들이 땅을 굶주린 자들에게 내놓을 수 있도록 설득하며 인도를 비폭력 공동체로 만들어나갔다.

천민에서 총리에 이르기까지 그러한 비노바를 지도자로 내세우게 되자 66년 돌연 사회적 활동을 접고 은둔 생활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 병을 얻었고, 80일간 음식과 치료를 거부한 채 깨끗하게 죽음을 받아들였다.

서로 이질적으로 보이는 혁명과 명상, 사회성과 영적인 삶을 조화롭게 살다간 비노바의 전기를 읽은 소설가 박완서씨는 "이 뒤숭숭한 세상에 머리맡에 두고 읽다가 잠들더라도 좋은 꿈과 이어질 것 같은 맑은 책" 이라고 평했다.

좋은 일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라야 하고 남 앞에 나서기를 바라는 뒤숭숭한 세상에 권하고픈 책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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