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늙수구레(?)한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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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나이에는 장사가 없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 갈수록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게 마련이다.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고 싶은 것이 인간의 공통된 심리다. 혹여 “너도 이제 늙수구레한 중년이 다 됐구나” 하는 말을 듣는다면 누구나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꽤 늙어 보인다는 뜻으로 ‘늙수구레’란 표현을 쓰곤 하는데 ‘늙수그레’가 맞는 말이다. 소리 나는 대로 ‘늑수그레’ 또는 ‘늑수구레’로 적는 사람도 있는데 이 역시 ‘늙수그레’로 써야 바르다.

‘빙그레’ ‘발그레’ 등을 떠올리면 ‘늙수구레’가 아닌 ‘늙수그레’가 바른 표기라는 것을 쉽게 기억할 수 있다. 맞춤법 규정은 명사나 용언의 어간 뒤에 자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는 경우 그 원형을 밝혀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늙다’의 어간 ‘늙-’을 살려 ‘늙수그레’로 적는 것이다.

“늙수레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벌써 얼굴이 늙수레해졌네”에서처럼 ‘늙수레’라는 말도 사용된다. ‘늙수그레’의 잘못된 표현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늙수레’와 ‘늙수그레’는 같은 의미를 지닌 말이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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