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나려는 펩시콜라 CEO 로저 엔리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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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미국 펩시콜라의 최고경영자(CEO) 로저 엔리코(55.사진)가 "회사가 가장 잘 나갈 때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 내년말 사임하겠다" 고 밝혀 잔잔한 감동을 주고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펩시콜라 주주들은 이날 펩시콜라의 순익이 4분기 계속 두자리 수로 증가했다는 소식에 기뻐했다가 엔리코가 내년말 CEO 자리를 2인자인 스티브 라인문트 사장에게 물려주고, 2002년 말에는 회장직에서도 사임할 것이란 소식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고 전했다.

펩시콜라의 주가는 지난 3월 이후 계속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JP모건의 수석분석가 존 파우처는 "펩시콜라는 엔리코의 지휘 아래 자금 유동성과 수익성이 높은 훌륭한 사업모델을 보여줬다" 고 말했다.

미네소타주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장학금을 받고 뱁슨대학에 진학, 금융을 전공한 엔리코는 월남전에 참전한 후 1971년 펩시콜라 계열사인 프리토-레이에 입사했다.

그는 일본 펩시콜라푸드 사장(75년).미국 펩시콜라 사장(83년)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심장병 증세가 나타나면서 93년 자문역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펩시콜라측의 요청으로 96년4월 CEO로 복귀했고, 그해 11월에는 회장직도 맡았다.

그는 코카콜라와의 무리한 음료수 경쟁에서 벗어나 스낵식품을 주력사업으로 정해 펩시콜라를 일으켜 세우는 데 성공했다.

그가 음료병 공장과 피자헛 등 레스토랑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시그램으로부터 트로피카나 쥬스를 매입한 것은 성공적인 구조조정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펩시콜라의 수입 가운데 3분의 2는 스낵류, 나머지는 음료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엔리코는 98년부터 자신의 연봉(성과급.스톡옵션은 제외)에서 상징적으로 1달러만 빼놓고는 모두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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