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04 고객만족도] 영화관 만족도 오르고, 금융 산업은 뒷걸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내수 시장의 간판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어느 정도 흡족해 할까.국내 민생(民生) 관련 산업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6일 발표한 ‘한국 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조사 결과는 이의 해답을 준다. 이를 위해 5월 하순부터 석달간 도회지 거주 성인 1만2000여명을 방문 면접 조사했다.소비재·내구재 제조업과 일반·공공 서비스업 4개 분야 110개 업종의 주요 제품·서비스에 관해 이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수치화해 업종별 고객만족도 1위 기업을 선정했다.조사 대상 업종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72%를 감당한다.

◆ 고객만족 경영 후퇴=능률협회컨설팅의 김종립 대표는 "나라 경제의 양적 성장을 나타내는 게 GDP라면 고객만족도는 질적 성장을 가늠하는 지표"라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올해 국내 산업은 2년 만에 질적으로 후퇴한 셈이다. 올해 산업 전체의 KCSI 지수가 100점 만점에 50.5로 전년보다 1.8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110개 품목 중 만족도가 떨어진 업종(55개)이 오른 업종(40종)보다 많았다.

제조.서비스업으로 나눠 보면 제조업의 만족도 지수(57.7)가 1.7포인트 떨어진 것이 전체 지수의 하락에 큰 몫을 했다. 서비스 지수(48.1)도 1포인트 떨어졌다.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서비스 수수료가 인상된 때문인지 은행.증권.할부금융 등 금융산업 전반의 만족도가 추락했다. 소비위축으로 백화점.TV홈쇼핑.편의점 같은 도소매 유통업도 소비자에게서 별로 환대받지 못했다.

올해로 13년째 산출되는 KCSI 지수는 그동안 고객만족 경영이 확산하면서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히트상품까지 양산된 지난해엔 지수가 무려 5.6포인트 뛰면서 처음으로 절반(50)을 넘어섰으나 올 들어 주춤했다.

조사 실무자인 김태량 CS경영2팀장은 "소비 부진 진입기였던 지난해만 해도 기업들이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과 의욕적인 판촉 캠페인을 내놓았지만 내수 침체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올해는 기존 시장이나마 지키겠다는 소극적 분위기"라고 전했다.

◆ 업종별 판도 변화=산업군을 넷으로 나눠 보면 내구재 제조업의 경우 가정용 에어컨.피아노.부엌가구.냉장고 등이 전년보다 만족도가 오르면서 상위를 휩쓸었다. 반면 엘리베이터.복사기.프린터.청소기는 하위권을 맴돌았다. 승용차.휴대전화.디지털 카메라 등 주요 품목들의 만족도는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소비재 제조업의 경우 골프 의류.커피.섬유 유연제.맥주가 지난해에 이어 상위 4대 품목군을 지켰다. 햄.소시지와 곡물음료.아이스크림.생수 등은 최하위권이었다. 만족도가 오른 품목은 골프 의류를 비롯해 남성 정장.우유.구두.담배 등이었다. 각종 음료의 만족도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반 서비스업을 보면 한국 영화산업의 부흥을 반영하듯 영화관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뛰면서 1위로 도약했다. 호텔.피자점.제과점 등도 상위권이었다. 반면 할부금융.편의점.증권사.초고속통신망이 최하위군을 이뤘다. 주5일제 확산으로 콘도미니엄 같은 여가산업의 만족도도 크게 올랐다.

공공.행정 서비스는 여전히 민간 산업군보다 만족도가 저조한 가운데 우편.도시가스.세무서 등 서비스의 만족도가 지난해보다 5점 이상씩 올라갔다. 교육서비스는 올해도 최하위였고, 시내버스.경찰서.파출소.택시.등기소 등이 하위권을 형성했다.

홍승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