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알칼리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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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한자 ‘量’의 본음은 ‘량’이다. 그러나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에서처럼 단어 첫머리에 올 때는 ‘양’으로 적는다. 두음법칙에 따른 것이다. 그럼 단어 첫머리가 아니면 모두 본음대로 ‘량’으로 적으면 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다음 사례를 보자.

ㄱ. 그는 체격이 큰데도 식사량이 적다.

ㄴ. 나는 계획량을 채우지 못해 벌을 받았다.

ㄷ. 구름양은 0에서 10까지 정수로 나타낸다.

ㄹ. 알칼리양이 얼마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예문의 식사량·계획량·구름양·알칼리양은 ‘量’이 모두 단어의 뒤에 붙는 경우이지만 ‘양’과 ‘량’으로 다르게 적었다. 자세히 보면 ‘량’ 앞에 오는 단어인 식사·계획은 한자어이고, ‘양’ 앞에 붙은 구름·알칼리는 고유어나 외래어임을 알 수 있다. 즉 고유어나 외래어 다음에는 단어 첫머리가 아니더라도 ‘량’이 아니라 ‘양’으로 적는 것이다. 한자어와는 달리 이들 뒤에서는 ‘量’이 별도의 단어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두음법칙을 적용한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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