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안 받는 단독 판사 ‘편향 판결’ 논란의 핵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평우 대한변협 회장은 19일 “법조 경험이 적은 젊은 판사들이 단독 판사를 맡아 형사재판을 하는 것이 ‘편향 판결’ 논란의 주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인 김 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일부 판사들은 마음대로 재판하는 것이 사법권 독립인 것으로 오해하는 것 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념 편향적인 판사들이 형사재판을 단독으로 맡는 사태를 방치했다”며 사법제도 개선의 초점을 이 부분에 맞추겠다고 했다.

형사 단독 판사가 쟁점으로 떠오른 배경은 무엇일까. 직접적인 이유는 최근 ‘편향 판결’ 논란을 일으킨 재판부가 단독 판사였다는 데 있다. 지난 14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동연 판사와 지난해 11월 민노당 당직자 공소기각 판결을 한 마은혁 판사는 각각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5단독이다. 단독 판사는 재판장인 부장 판사와 배석 판사들로 구성되는 합의부와 달리 판사 한 명이 재판을 담당한다. 형사 소송의 경우 피고인의 혐의가 단기 1년 이상의 징역·금고형에 해당하는 사건은 합의부에서 맡고, 그 나머지가 단독 판사에게 간다. 형사 단독에는 판사 경력 5~6년차부터 14년차까지의 소장 판사가 배치된다. 법원장도 재판에 간섭할 수 없어 폭 넓은 자율성이 보장된다. 한 부장 판사는 “한 사람이 재판하기 때문에 판사 개인의 가치관이 강하게 반영된 판결이 나오기 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단독 판사들은 비슷한 유형의 사건들을 토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이런 유대감은 사법부 역사에 큰 고비가 있을 때마다 힘을 발휘해왔다. 1988년 김용철 대법원장의 퇴진을 이끌어낸 2차 사법파동과 93년 3차 사법파동의 주력은 모두 단독 판사들이었다. 사법연수원을 마치면 법조 경력이 없어도 판사가 될 수 있는 현재의 임용 시스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8년 말 현재 전체 법관 2378명 중 65.4%(1555명)가 40세 이하였다.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1심의 중추를 젊은 판사들이 맡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규정상 5년차부터 단독 판사에 배치될 수 있으나, 부장 판사 승진을 앞둔 10~14년차 판사들이 주류를 이룬다”고 말했다. 그는 “운영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앞으로 변호사 등 경력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하는 비율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영국은 40~50대 중견 법조인 중에서 판사를 뽑고, 일본의 경우 10년간 예비 판사로 근무해야 판사로 임용된다.

권석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