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 팔 실탄교전…'피의 예루살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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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예루살렘 성지 주권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이 지난달 29일에 이어 30일에도 유혈충돌로 비화하면서 지금까지 최소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중동사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AP.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특히 30일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군이 총격전까지 벌이며 또 다른 중동전을 방불케 했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예루살렘 성지의 주권을 찾기 위한 성전(聖戰)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요르단강 서안 도시인 나블루스에서는 이날 복면을 한 10여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군을 향해 총격을 가했으며 이스라엘군도 실탄으로 응사, 교전을 벌였다.

예루살렘 성지와 요르단강 서안.가자지구에서는 수천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이스라엘군을 향해 돌을 던졌으며 이스라엘군은 고무탄을 발사했다.

팔레스타인 관리들은 이날 하루에만 시위에 가담했던 팔레스타인인 3백여명이 부상했으며 14세 소년을 포함, 모두 12명이 실탄을 맞아 사망했다고 전했다.

리야드 알-자아난 팔레스타인 보건장관은 이스라엘군이 "실탄과 국제적으로 금지된 '덤덤탄' 을 발사했다" 고 비난했으며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직접적인 위기상황' 에선 실탄을 사용했다고 시인했다.

양측은 지난달 29일에도 예루살렘 성지에서 유혈충돌을 벌여 팔레스타인인 7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했으며 요르단강 서안 등 다른 지역에서는 이스라엘 군인을 포함해 두명이 팔레스타인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팔레스타인 내각은 30일 하루를 최근 유혈사태로 숨진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애도기간으로 선포하고 모든 관공서와 상점들이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유혈사태와 관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측은 서로 책임공방을 벌였다.

이집트를 방문 중인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과 만나 유혈충돌이 일어난 배경을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이번 사태가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리쿠드당 지도자의 알 아크사 사원 방문으로 발생했으며 팔레스타인인들이 먼저 도발한 것이 아니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유혈충돌은 샤론이 알 아크사를 떠난 뒤 발생한 시위가 확산되면서 일어난 것" 이라며 팔레스타인측에 책임을 돌렸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군의 이날 발포행위를 "야만적 침략행위" 라고 규탄하는 등 아랍국가들은 이스라엘의 강경대응을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이날 사태가 발생한 후 즉각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최형규.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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