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세상 떠난 노부부의 이웃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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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평소 금실 좋기로 소문난 경남 하동의 노부부가 같은 날 세상을 떠난 뒤 나란히 묻혀 또 한번 진한 부부애를 과시했다. 특히 이 부부는 학생과 이웃을 위해 장학금과 쌀을 전달하라는 유지를 남겨 감동을 더해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평생 교육자로 재직해오다 정년 퇴임해 여생을 보내다 14일 숨진 정지남(90·하동읍 읍내리)씨와 부인 정계순(84)씨.

남편 정씨는 14일 새벽 하동읍 읍내리 부용마을 자택에서, 부인 정씨는 5시간 뒤인 14일 오전 9시쯤 하동삼성병원에서 각각 노환으로 운명했다.

정씨 부부는 노년에도 손을 잡고 외출하는 등 금실 좋기로 하동에서 소문났다고 한다. 주위에서는 “부부가 같은 날 별세한 것은 천생연분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씨의 차남 호(60)씨는 “부모님은 금실좋기로 하동에서 유명하고 ‘평소에도 같이 죽자’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며 “금실이 좋아 함께 운명한 것 같다”며 슬픔을 달랬다.

유족들은 16일 함께 장례를 치른 뒤 하동읍 두곡리 선영에 나란히 모셨다. 이어 방을 정리하던 중 남편 정씨가 남긴 메모 쪽지를 발견됐다. “아껴 모아 둔 용돈과 재산 일부를 장학금으로 기탁하고 마을 경로당과 어려운 이웃에게 쌀을 전하라”고 적혀있었다.

유족들은 이에 따라 18일 하동군청을 찾아 조유행 군수에게 지역 학생을 위한 장학금 300만원을 전달했다. 또 마을 이장에게 경로당과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달라며 10㎏ 짜리 쌀 20포대를 전했다.

정씨 옆집에 사는 하동군 이종수(54)평생학습 담당은 “고인은 동네 이웃에게도 참 잘해주셨다”며 “장학금은 지역학생을 위해 유용하게 쓰겠다”고 말했다. 정씨 부부는 슬하에 6남1녀를 두고 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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