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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향락업소, 우리가 내쫓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러브호텔 등 섹스향락업소는 도시내 생활공간에서 퇴출시켜 소수 특정지역에 블록화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 가보아도 이런 업소가 도시 내 곳곳에 아무 데나 들어서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러브호텔만이 아니다. 술병이 박스째로 배달되고 희한한 화장을 한 접대여인과 코가 비뚤어진 남녀 술꾼들이 휘청거리고 섹스가 물건처럼 사고 팔리는 룸살롱.나이트클럽.단란주점.안마시술소.섹스용품점 등도 마찬가지다.

*** 도시 생활공간서 추방을

소위 성인 유흥시설이라는 이들 시설은 아동.청소년운동의 입장에서 보면 청소년 유해업소다. 성적(性的) 환락과 불륜이 자행되는 섹스업소고, 에이즈.성병들이 전파되는 보건위험업소며, 술.담배.마약들이 넘실거리는 유해 약물업소다.

이들 업소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시작된 것은 서구에서도 그리 오래지 않다.

근엄한 중세기가 지나고 근대산업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무차별적 성개방과 방종에 가까운 상업적 자유주의가 범람했을 때 인류는 잠시 이것이 인간해방일 수 있다는 착각을 했다.

그러나 이내 그것은 곧 건강한 인간성의 파괴임을 깨닫고 삶의 질과 사회 건강성을 위해 발벗고 나서게 된다.

선진국들은 성인 유흥업소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그 결과는 하나같이 범죄의 증가, 집값의 하락, 청소년 교육환경 저해, 이웃관계 훼손 등 부정적인 것이었다.

이에 대한 조치들도 잇따랐다. 위치를 규제하기 위해 새로운 구역법규들을 제정했다. 미국 보스턴에서는 아예 특정 지역에 집중시키는 정책을 채택했다. 컴뱃존'(combat zone)'이 대표적이다.

찬반논란이 있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측도 있고, 오히려 슬럼화된다는 측도 있다.

로스앤젤레스는 격리정책을 채택했다. 주거지역으로부터 1천피트 이상, 성인업소 사이에도 1천피트 이상 식으로 이격(離隔)에 중점을 두었다. 위스콘신에선 2천피트 이상을 요구한다.

또 보호될 대상도 주거지역이나 학교 주변에 국한하지 않는다.

가족이 함께 다니는 교회 등 종교시설.공원.도서관은 물론 휴양시설.쇼핑몰, 심지어는 정부기관.공공주차장으로부터도 몇 피트 이상 떨어지도록 규정한다.

위치제한 이외의 규제도 많다. 섹스표시 간판 제한, 유해상품 노출 금지, 종업원 연령 규제, 청소년 출입금지, 영업시간 제한 등도 있다.

특히 영업시간의 경우 우리나라는 규제개혁 차원에서 시간제한을 과감하게 풀어버리는 용기(?)를 보였다.

그러나 외국엔 여전히 '오전 2시부터 8시까지는 영업금지' 식의 제한이 있다. 술 판매장소 및 시간제한은 널리 알려져 있다.

제한업소의 범위도 광범위하다. 호텔.모텔 등 성인 유흥제공 시설은 물론 성인전용극장.성인스테이지쇼극장.반나체 토플리스 술집.나체술집.카바레.안마시술소.성인용 비디오대여점.성인용 서점 등도 대상이 된다.

미국 같은 경우 이러한 제한에 대해 표현의 자유 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을 리 없었다.

그러나 미연방대법원은 1999년 1월 이들의 주장을 가차없이 기각했다.

94년 '섹스업소와의 전쟁' 을 주장하며 첫 임기를 시작했던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새로운 구역법의 합헌성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로부터 인기도 얻었다.

그 이전에도 시민의 힘으로 업소들을 퇴출시킨 사례는 많다. 시민들이 단체를 만들어 시장.군수들에게 폐쇄를 요청한 것이다. 이로 인해 자발적으로 폐업 또는 전업한 사례가 늘었다.

*** 정부.지자체 대책 세워야

우리나라 일산.부천.성남.전주.서울 등지에서 일고 있는 시민들의 저항운동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

성난 시민들의 자구(自救)운동이며, 시민자위권의 발동이다. 헌법상 보장된 행복을 추구할 권리의 실현을 의미한다.

그동안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한 환경운동은 있었으나 쾌적한 생활환경을 지키기 위한 운동은 거의 없었다. 청정(淸靜)도시를 위해, 또 청소년 보호를 위해 전국 각처에서 일어나야 한다.

시민사회의 주장에 호응해 이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중앙정부는 성인업소를 격리 또는 집중화하기 위해 도시계획법.건축법.식품위생보건관련 법령 등을 고쳐야 한다.

스쿨존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보건법을 고치는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에도 위락시설을 집단화해 다른 지역의 환경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 '위락지구'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를 적용한 시.군.구는 단 한군데도 없다. 이런 제도들을 보완하거나 특별법의 제정도 고려할 만하다.

강지원 (검사.전 청소년보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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