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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 발길잡는 가을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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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산행(山行)의 계절인 가을. 산에 올라 바다를 한눈에 굽어봄은 어떨까.

달마.승달.천관.팔영 등 4개 산은 땀흘려 정상에 오른 등산객에게 서.남해안 바다와 섬들을 보여준다.

◇ 해남 달마산〓땅끝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정상(불썬봉)에 서면 점점이 떠 있는 해남.완도의 섬들이 품안에 들어온다.

옛 문헌에 '산허리에는 백자 넘는 수목이 울창해 마치 병풍의 형상을 이루고 상봉은 흰 바위가 우뚝 솟아 절벽과 기경(奇景)을 짓고도 모자라 사자가 웅크리며 포효하는 형상과 용호(龍虎)가 어금니를 펴는 것 같다' 고 기록될 만큼 다양한 산세를 자랑한다.

서쪽 자락에는 신라 경덕왕 8년(749년)때 의조스님이 인도에서 가져 온 경전과 불상을 싣고 가던 달구지의 소가 멈춘 곳에 일구었다는 미황사가 자리잡고 있다.

미황사 경내의 부도군(浮屠群)은 특이하고 다양한 형태로 등산객의 발길을 붙잡고, 불썬봉 길목에는 달에 비친 물빛이 금이 반짝이는 것 같은 금샘(金井)이 있다.

정상에서 완도 앞바다로 지는 보름달을 구경하는 것도 장관이다.

◇ 무안 승달산〓5백명 불제자들이 한꺼번에 깨달음에 도달했다해서 이름 붙여졌다. 각종 풍수지리서에 '호남 8대 명혈(名穴)가운데 하나' 로 지명될 정도로 혈처(穴處)로 유명하다.

산 안에는 황소가 절터를 잡았다는 목우암(牧牛庵)과 불법(佛法)이 샘솟는 듯하다는 뜻의 법천사가 자립잡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서해안 낙조와 함께 눈 앞에 나타나는 크고 작은 섬들의 경관이 일품이다.

◇ 장흥 천관산〓지리.내장.월출.능가 등 인근 이름난 산과 함께 '호남 5대 명산' 으로 꼽힌다.

구정봉 암봉군은 마치 이집트 석물을 모아놓은 듯 기묘하다. 이같은 산세로 일찍이 지제(支提).천풍(天風).풍천(楓天).신산(神山)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정상에 오르면 득량만을 비롯한 남도의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10월 중순부터 정상 길목 능선에 자라나는 은빛 찬란한 억새풀이 장관이고, 이곳서 '억새제' 가 열린다.

옛날 하늘이 맑게 갠 날엔 제주도가 보였던 명산으로 현재도 득량만을 비롯한 남해안을 굽어볼 수 있는 산이다.

◇ 고흥 팔영산〓전라남도의 발치에 떨어져 위태롭게 바다와 연결된 고흥 끝에 자리잡고 있다.

옛 사람들은 능가사 대웅전 처마 밑에서 올려다 보이는 바위 연봉의 그림자가 한양까지 드리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유영.성주.생황.사자.오로.두류.칠성.적취에 이르는 8봉은 팔영(八影)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득량만.여자만 등 남해안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신라 아도화상이 창건한 능가사는 40여개의 암자를 거느렸었고, 아직도 자태가 아름답다.

구두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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