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경품 1980년엔 껌…최근 자동차·아파트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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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백화점들은 세일을 하지 않을 때에는 여러가지 경품을 내걸고 손님을 끌기도 합니다.

세일 때는 손님이 몰리지만 세일을 하지 않을 때 손님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

아파트나 자동차 같은 비싼 경품을 내걸면 백화점은 그만큼 손해를 볼 것 같은데 이런 비싼 경품을 왜 내걸까요. 이유는 세일과 비슷합니다.

1998년 롯데백화점 본점이 당시 가장 비싼 경품인 1억원대 아파트(29평)등 총 2억원대 경품을 내걸자 세일 때처럼 손님이 배 이상 몰리면서 매출액이 50%나 늘었습니다.

롯데백화점의 당시 매출액은 하루평균 10억원선이었는데 경품을 내걸자 15억원대로 늘었습니다.

백화점은 매장에서 판매한 매출액에서 받는 수수료가 통상 30~35% 수준인데 여기서 인건비 등 여러 비용을 빼고 남는 경상이익률이 총 매출액의 10% 정도 입니다.

하루 매출이 5억원 증가한 만큼 5천만원(5억×10%)의 이익을 추가로 보게 됐죠. 따라서 경품행사 10일 동안 5억원의 이익이 남아 2억원대 경품을 빼고도 3억원의 이익을 더 올리게 된 셈입니다. 그래서 백화점들은 경품 사은행사를 자주 하려 드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경품 행사를 너무 자주 하면 손님들이 예상한 만큼 찾지 않게 돼 오히려 경품 총액을 뽑지 못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품 행사는 외국도 비슷합니다. 벤츠 승용차나 수억원의 현금을 경품으로 걸기도 합니다. 하지만 금액을 제한하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경품으로 어떤 물건이 걸렸을까요. 1980년 롯데백화점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껌과 소시지로 경품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가장 인기를 끈 경품은 접시.커피잔 세트와 이불 등이었습니다.

94년에는 경품이 사행심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 총액을 5백만원으로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경품이 백화점의 판매행위 중 하나인데 이를 제한하는 것은 경쟁 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97년에 경품총액 한도가 없어지면서 고액의 경품이 나오게 됐습니다.

그러자 엔터프라이즈ㆍ체어맨 등 고급 승용차와 아파트까지 경품으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닥치자 고액 경품은 1년만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올 초부터는 백화점끼리 '지나친 경품 행사를 자제하자' 며 경품 한도를 스스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구매금액의 10%를 주던 상품권 증정 행사가 올해부터는 5%로 조정됐지요.

또 대다수 경품행사가 방문만 하면 응모 기회를 주던 것에 비해 5만~10만원 이상 물품을 구매할 경우 응모권 한장을 주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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