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일본 요시오감독, 정봉수감독 뺨 치는 '독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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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정봉수보다 더 지독하다' .

한국 마라톤의 대부로 불리는 정봉수 감독(코오롱)은 지독한 훈련과 독특한 식이요법으로 황영조와 이봉주를 키워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여자 마라톤 우승자 다카하시 나오코를 키워낸 일본의 고이데 요시오(61)감독은 정감독을 능가하는 '독종' 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목숨을 담보로 한 훈련' . 고이데 감독과 다카하시는 상식 밖의 지옥훈련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고이데 감독과 다카하시는 지난 7월 미국으로 건너가 로키산맥에서 고지 훈련에 들어갔다.

식물도 거의 자라지 않는 3천5백m 고지에서 2주일 동안 매일 24㎞의 오르막길을 달리는 지옥훈련이었다.

시드니 코스가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되는 난코스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고이데 감독은 "지나친 고지대 훈련은 선수 생명을 위협할지도 모른다" 는 주변의 우려를 한마디로 일축했다.

"세계 제일이 되기 위해서는 남들 모두 하는 훈련만으로는 부족하다" 는 것이었다.

훈련 과정에서 고이데 감독 자신도 76㎏이던 체중이 60㎏으로 줄었다.

시드니 현지 적응훈련에서도 35㎞ 지점이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고 32㎞ 지점 부근에 극비 훈련캠프를 차려놓고 오르막.내리막길이 반복되는 32~37㎞ 구간에서 매일 두차례씩 스퍼트 훈련을 반복했다.

훈련 결과는 시드니 코스의 33㎞ 지점에서 빛을 발했다.

감독과 짠 작전대로 목표 지점에 이르자 다카하시는 선글라스를 벗어던지고 속도를 내기 시작, 루마니아의 리디아 시몬을 따돌리고 독주한 끝에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범한 고교 교사에서 마라톤 지도자로 변신한 지 12년. '달리는 것이 그저 좋았던 연습벌레' 다카하시를 세계 최고의 선수로 길러내겠다던 고이데 감독이 꿈을 이룬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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