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중 외교 전문가 인터뷰] 2. 오코노기 마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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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일본의 동북아 외교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일본도 남북 화해.공존의 흐름에 맞춰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게이오기주쿠(慶應義塾)대 교수에게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일본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 알아봤다.

- 남북 화해를 일본에서는 어떻게 보나.

"한국인들은 일본이 한반도의 화해.통일을 바라지 않는다고 오해하지만 사실 일본은 남북 평화공존.통일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양국 사이에는 민주주의.시장경제.미국과의 동맹이라는 큰 공통어가 있다. 오히려 중국이 남북 통일로 미국의 영향력 확대 등을 걱정하는 것 같다.

일부 일본인은 통일 한국과 중국이 접근해 반일주의로 나올 것을 우려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

- 남북 화해시대를 맞아 어느 때보다 일본 정부의 건설적인 대응이 기대되는데.

"일본의 대북 경제협력은 한국을 돕는 것이고 한국에 협력하는 것은 북한을 돕는 것이라는 삼각외교의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 북한은 한국의 경제협력이 필요하고 한국이 그 재원을 마련하는 데 일본이 기여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

- 한국 정부는 북.일 수교 이전에 일본의 대북 경제협력을 바란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

"대북 경제협력으로 북.일 교섭카드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일본 정부의 우려와 일본인 납치 및 북한 미사일 문제가 진전이 없다는 여론의 반발이 걸림돌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으면 대북 경제협력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 남북 정상회담을 보는 주변국 입장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러시아가 남북 새 시대를 가장 환영한다고 본다. 등거리 외교를 하면 남북 모두에서 영향력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金위원장이 베이징(北京)을 방문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한 것도 한 맥락이다.

중국.러시아는 남북 공존을 승인한 셈이다. 미국은 보다 복잡할 것이다. 주한미군 문제를 남북이 결정하는 상황을 우려할 수 있다. "

-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중의 4자회담이 관심을 끄는데.

"남북 공동선언에 군사문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4자회담으로 안보문제를 협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북한이 주장하는 북.미관계만으로 이 문제를 푸는 것은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

- 최근의 남북 화해 분위기를 어떻게 평가하나.

"방향도 틀리지 않고 돌파구도 마련했지만 평가는 쉽지 않다. 金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실현돼야 비로소 화해의 과정이 끝날 것으로 본다.

남북 정상회담은 그런 의미에서 통일회담이 아닌 평화공존을 위한 화해회담이다. 金대통령도 통일에 20~30년이 걸린다고 했는데 맞다고 본다. 통일은 한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차기, 차차기 정권으로 이어가야 할 큰 과제다. "

- 북한의 국제사회 진출 움직임의 의미는.

"큰 변화이나 북한 체제의 존속이라는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 이를 위해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과 수교해 한국을 고립시키려 했지만 이제는 한국과 관계를 개선해 남북 협력을 최대한 이용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협력이 진전하면 결과적으로 북한 체제가 변할 지도 모른다. "

- 국제 무대에 데뷔한 金위원장의 스타일을 어떻게 보나.

"북한의 혁명이론에서 지도자는 폭력투쟁과 정치투쟁을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 金위원장의 과거 이미지가 모두 잘못된 것도 아니고 지금의 평화주의자 얼굴이 전부도 아니다.

둘 다 그의 얼굴이다. 다만 시대의 흐름이 있는 만큼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는 지금 정치.외교수완을 갖춘 정치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 "

- 장래의 한반도 정세 전망은.

"金위원장은 60세 생일을 맞는 2002년까지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리려 할 것이고 그 해에 한국은 대통령 선거가 있다. 여러 측면에서 이 고비를 넘겨야 통일을 향한 진전이 있을 것이다. "

- 북.일 수교협상 전망은.

"북한은 경제협력이 필요하므로 배상.보상이라는 용어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사죄는 한국에 했던 전례가 있어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납치문제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느낌이다. 金위원장이 결단만 내리면 된다. 다만 현재의 일본 정치 리더십으로 일본 내 정치적 결단이 가능한 지는 모르겠다.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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