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학업 병행 ‘샐러던트’ … 주중 수업, 주말 복습 비지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조효정씨는 사이버대 강의를 통해 실무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익혔다. 또 “어린이 중국어 강사가 되겠다” 는 꿈도 키워낼 수 있었다.[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오는 2월 사이버한국외대 중국어학부를 졸업하는 조효정(28·여)씨는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한 전형적인 ‘샐러던트(Saladent)’다. 2004년 경기도 이천 한국관광대 관광중국어과를 졸업한 뒤 2년 반동안 인천의 한 스피커 제조업체 중국지사에서 근무했던 조씨.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LCD 부품 제조업체인 (주)뉴옵틱스로 이직한 뒤에도 “중국어과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중국지사 설립을 준비하는 업무를 맡게 됐다. 그러나 그는 한계를 느꼈다. “간단한 중국어 회화는 할 줄 알았지만, 무역 관련된 배경지식이 없어 공문 하나 작성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조씨는 결국 2008년 8월 사이버대의 문을 두드렸다.

학업에 대한 집념으로 조기 졸업

3학년으로 편입했던 조씨는 1년 반만에 조기졸업을 한다. 74학점을 이수한 그는 2과목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았다.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9~10시까지의 빠듯한 직장생활 과정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잠까지 포기한 노력의 결과였다.

“온라인으로 수업만 들으면 무조건 학점이 나온다는 생각은 편견일 뿐이예요.” 매주 월요일 0시 강좌가 공개되면 일요일 자정까지 자신이 신청한 강의를 반드시 들어야 한다. 매학기 20학점 이상 수강신청한 조씨는 퇴근 후 3시간씩 강의를 들었고, 주말을 이용해 복습했다. 주중에는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든 적이 없었다고. “사이버대 재학생 중에는 직장인이 많아 20~30분 단위로 강의를 끊어 올리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강좌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들었죠.” 강의 중간중간 과제물이 제시되기 때문에 자리를 뜰 수 없었다. 학기 중 그의 점심메뉴는 김밥과 샌드위치였다.

“시험만 잘 본다고 A+가 나오는 게 아니예요. 학습참여도 비중도 5~15% 정도 되거든요.” 학습참여도를 높이는 방법은 게시판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올리는 것. 조씨는 학습참여도 점수를 올리기 위해 2개 강좌를 들은 뒤에는 강의게시판에 자신의 생각과 궁금증 등을 올렸다.

다양한 오프라인 프로그램 활용

“온라인으로만 강의를 듣다 보면 궁금한 부분을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잖아요. 그래서 주말에 진행되는 특강을 골라 들었어요.”

조씨는 매주 토요일 학교 강의실로 갔다.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진행되는 ‘중국어 회화’ 오프라인 특강을 듣기 위해서다. 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중국지사 근무 당시 입에 배어있던 사투리를 교정해 나갔고, 어려운 단어나 표현 등에 대해 좀더 깊이있게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오프라인 강좌 대부분이 무료이기 때문에 듣고 싶은 강좌를 선택해 마음껏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에는 HSK(중국한어수평고시) 대비반 수업을 들으며 HSK 6급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는 또 같은 학번 학생들끼리 중국어 회화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토요일 오후 1시부터 2시간씩 중국 관련 경제문제나 시사이슈 등을 뽑아 토론하면서 배경지식을 쌓아나갔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시험기간이었다. 조씨는 컴퓨터에 내장된 녹음기 기능을 이용해 강의내용을 녹음한 뒤 휴대폰이나 MP3에 저장하고 다니면서 시간 날 때마다 들었다. 지난 학기 ‘회계’ 과목을 수강했을 때는 회계분야를 다루는 재경·기획팀 직원들에게 과외를 받기도 했다. 그는 “시험도 온라인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시험 전 컴퓨터 점검은 필수”라고 말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변화, 그리고 꿈

조씨는 “사이버대학이 나의 위치를 바꿨고, 꿈을 가지게 했다”고 말했다.

무역 중국어와 비즈니스 중국어 등 실무에 필요한 과목을 수강하면서 익힌 지식을 토대로 각종 공문작성과 통역 등의 업무를 담당해 온 조씨는 지난해 초 문을 연 중국 광저우지사 설립의 1등 공신이 됐다. 전문대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동기들보다 2년 이상 승진이 늦어졌지만, 졸업과 동시에 4년제 대학 졸업생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된다. (주)뉴옵틱스 곽재석 인사총무팀장은 “연봉 또한 4년제 대학 졸업자 기준에 맞춰 다시 책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는 그는 학업도 이어갈 생각이다. 오프라인 특강을 통해 ‘어린이 중국어’ 수업을 받은 경험을 토대로 3월부터는 어린이 중국어 강사육성과정을 이수할 계획을 세웠다. 3년 이내에 어린이 중국어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목표다.

“대학이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배움에 대한 꿈을 갖고 열심히만 한다면 더 나은 결과가 주어지는 것이겠죠.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몸은 힘들었지만, 더 큰 꿈을 꾸게 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 행복합니다.”

최석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