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의 길] 군축의 경제적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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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확립할 경우 국방비는 25% 줄어들고 국내총생산(GDP)은 매년 1% 이상의 성장 효과가 있다." 군사 및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예산이 14조4천3백90억원임을 감안하면 약 3조6천억원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건설교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부산간 4차선 경부고속도로를 새로 건설할 수 있는 액수다.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체제를 수립할 경우 경제적 실익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연철(金鍊鐵)수석연구원은 "국방비는 대부분 운영유지 등 소모성 경비로 지출되기 때문에 생산 및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매우 작다" 며 "남북한이 군비축소에 합의, 축소비용을 사회간접자본(SOC)이나 21세기 국가전략산업에 투자할 경우 경기 활성화는 물론 생산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 이라고 말했다.

또 사회불안을 없애는 실업대책기금이나 사회복지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고 북한지역의 SOC 투자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남북한 모두에 큰 이익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북한이 군비축소에 합의할 경우 국방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큰 북한이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999년 GDP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남한의 경우 약 2.8%인데 반해 북한은 무려 3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통일부.한국은행). 군사비가 경제에 심각한 주름살을 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실질 군사비 47억8천만달러 가운데 25%를 줄인다면 약 12억달러를 다른 부문에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金연구원은 "북한이 이 자금을 낙후된 경공업 부문에 투자한다면 주민생활 향상은 물론 경공업 위주의 수출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따라 북한의 대외 이미지도 획기적으로 개선돼 미.일과의 수교도 이뤄질 것" 이라며 "그럴 경우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도 해제되고 50억~1백억달러로 추정되는 일본의 배상금으로 북한은 본격적인 경제개발에 착수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경제개발에 나서 침체에 빠진 경제가 활기를 띠게 될 경우 남북간 격차를 줄일 수 있음은 물론 장기적으로 통일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반도의 군비축소는 일본과 중국.러시아 간의 군비경쟁을 완화시켜 동북아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영호(金泳鎬)경북대 교수는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동북아의 군비축소로 이어질 경우 동북아판 마셜플랜을 실현할 수 있다" 며 "군비축소 비용으로 동북아에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베리아의 천연가스를 공동이용할 수 있는 파이프 라인을 가설한다면 동북아는 새로운 성장의 축이 될 수 있다" 는 밝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남북한이 공동번영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군비축소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남북한 당국이 평화정착 노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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