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라소다 감독 "입심은 금메달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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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박찬호의 '양아버지' 로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진 토미 라소다(73.사진) 미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입심이 좋기로 유명하다.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도 금방 수다를 떨며 친근감을 표시하고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떠버리' 라소다의 입심이 올림픽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라소다는 올림픽 시작전부터 선수들에게 '애국론' 을 펼쳐 기강을 휘어잡고 단합의 동기를 부여했다.

"LA 다저스보다, 메이저 리그보다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것이 조국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라며 선수들의 가슴이 애국심으로 물들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는 마이너 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에 대해 "이 선수들을 내게 맡겨주면 2년 안에 메이저 리그 플레이 오프에 진출할 수 있다" 고 떠벌리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는 1946년부터 2년동안 미군에 복무했던 경력을 내세우고, 76년 야구장에서 성조기를 태우려는 관중들에게 "성조기를 태우려거든 나를 먼저 때려눕혀라" 고 말하며 그들을 저지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자랑스런 미국 국민' 으로서 긍지를 가지라고 부추겼다.

라소다는 예선이 시작된 지난 18일 금메달 라이벌 쿠바를 의식한 듯 "쿠바를 탈출해 플로리다에 망명한 쿠바인들에게 미국이 쿠바를 이기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꼭 쿠바를 이길 것이다" 라며 정치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52, 59년 쿠바 정권이 바뀔 때 그 현장에 있었다며 "미국이 쿠바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야구를 통해서 보여겠다" 라며 큰소리치고 있다.

애국심과 자신감을 북돋우고 정치적 자존심마저 건드리고 있는 '떠버리' 라소다의 전술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미국과 쿠바의 예선 대결은 23일 벌어진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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