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경제] 국민 71% "외환위기 아직 극복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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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민은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 비관적이다. 최근 대우차 문제나 고유가 행진으로 제2의 경제위기가 도래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물가관리와 재벌개혁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신도 크다.

◇ 현 경제상황엔 비관적=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대다수(92.7%)가 '어려운 상황' 이라고 답한 반면 7.3%만이 '좋은 상황' 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국민은 특히 외환위기 이후 또다른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2의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라는 질문에 82.5%가 '있는 편' 이라고 말했고, 15.7%만이 '없는 편' 이라고 답했다.

여기에는 최근 통계청의 내년 경기 하강 가능성 언급과 고유가 쇼크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제3의 오일쇼크가 일어날 가능성' 에 대해 87.3%가 '있는 편' 이라고 했고, 11.6%만이 '없는 편' 이라고 응답했다.

미국 포드사의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에 따른 향후 대우차 처리방향에 대해 의견을 구한 결과 '국내 및 해외기업간 컨소시엄에 매각' (33.1%)과 '국내기업간 컨소시엄에 매각' ( 31.8%)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가 많았다.

둘 다 국내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공기업화' (15.0%)와 '운영자금 지원을 통한 자체 회생' (12.9%), '해외기업에 매각' (7.1%) 등의 대안도 제시됐다.

◇ 정책불신 높아졌다=지난해 창간기념 조사와 비교해 볼 때 올해는 정부와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 두드러진다.

경제개혁을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과 일정에 대해 17.0%만이 '잘 추진되는 편' 이라고 했을 뿐 대다수(82.0%)는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고 평했다.

현재의 고유가에 대한 정부의 대처 능력에 대해서도 극소수(6.8%)만이 '만족' 을 표했을 뿐 절대 다수(92.1%)가 불만을 터뜨렸다.

대우문제 해결과 금융개혁을 위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서도 상당수(78.1%)가 '잘못됐다' 고 응답했으며, 15.1%만이 '잘됐다' 는 입장이었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 금융권의 부정부패 정도에 대해 압도적 다수(93.1%)가 '심각한 수준' 이라고 개탄했으며, 5.9%만이 '심각하지 않은 편' 이라고 말했다.

◇ 외환위기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아직도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했으며(71.2%), 따라서 앞으로도 고통을 더 감내해야 한다는 의견(95.3%)이 주류를 이뤘다.

기업에 대한 정부규제는 '더 강화해야 한다' 는 의견(35.9%)이 많았으며 '현재 수준' 은 31.3%, '더 약화해야 한다' 가 12.6%였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재벌개혁의 강도는 '보다 강하게 해야 할 것' 이라는 요구가 73.6%로 높았다. '현재 수준' 은 22.3%, '더 약하게' 는 4.2%에 불과했다.

강도 높은 개혁요구는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도 무관치 않아 보였다. 실제로 재벌에 대한 이미지는 '긍정적' (24.8%)이기보다 '부정적' (33.6%)이라는 견해가 많았으며 41.6%는 '보통' 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재벌개혁 조치에 대해서는 '만족' (53.4%)이 '불만족' (46.6%)을 다소 웃돌았다.

◇ 물가문제.빈부격차 해결이 시급=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경제.사회 문제(중복응답 허용)로는 계층간 빈부격차(48.8%)와 물가불안(46.2%)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그 외에 실업자 증가(39.0%), 경제성장 둔화(32.4%), 노사분규(24.0%), 도농간 빈부격차(17.1%), 중소기업육성책 부재(13.9%), 기술개발 부진(13.2%), 통상마찰(9.2%), 무역수지 적자(7.9%), 대외신뢰도 하락(7.5%) 등도 함께 거론했다.

'향후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경제정책' 에 대해(중복응답 허용) 응답자들은 경기활성화(48.1%)와 물가안정(42.7%)을 우선적으로 요구했다.

그 다음으로 실업자 대책(37.8%), 국민복지(20.8%), 정리해고 및 구조조정(16.4%), 공정분배(10.6%), 국제수지 개선(8.6%), 과학기술투자 확충(8.3%)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 창간기념 조사에서는 실업자 문제가 최우선 과제로 지적됐으나 올해는 물가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된 점이 눈에 띈다.

최근의 물가 및 금리와 1년 뒤 전망에 대해 물어본 결과 요즘의 물가에 대해서는 82.2%가, 부동산가격에 대해서는 42.0%가, 은행금리에 대해서는 28.7%가 '높은 편' 이라고 말했다. 3개 부문에 대한 1년 뒤 전망에 대해서는 각각 69.7%, 42.7%, 28.6%가 '올라갈 것' 으로 내다봤다.

김행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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