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선 2001년 3월 재실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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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페루 정국이 살얼음판 걷기를 계속하고 있다. 페루 정부는 내년 3월에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이 사임의사를 표시한 뒤 이틀 만에 선거일정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후지모리의 사임을 몰고 온 당사자인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 국가정보부 최고책임자가 어디에 있는지 아리송한 데다 군부 쿠데타설이 끊이지 않아 불안감은 점증하고 있다.

◇ 향후 일정=알베르토 부스타만테 법무장관은 내년 3월에 선거를 치른다는 사실을 공표한 뒤 공정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수일 내에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프란시스코 투델라 부통령도 18일 TV 인터뷰에서 "총선에 앞서 공정 선거를 보장하기 위해 헌법 및 선거법 개정과 관련된 국민투표를 두세달 후에 먼저 실시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몬테시노스와 군부의 변수' 를 우려하며 후지모리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과도정부 구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 급거 귀국한 야당 지도자 알레한드로 톨레도도 18일 저녁 수도 리마 중심가의 광장에서 1만여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후지모리의 즉각 퇴진과 몬테시노스 구속을 촉구했다.

지난 4월 대선에서 야당 돌풍을 일으켰으나 5월 결선 투표를 부정선거라며 불참한 톨레도는 재선거가 내년 3월에 실시될 경우 우선 야권 통합을 이룬 뒤 단일 후보로 출마할 계획이다.

◇ 몬테시노스는 어디에=페루 국민들을 두렵게 하는 건 몬테시노스의 행방이다.

페루의 CPN 라디오는 18일 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 몬테시노스가 호세 비야누에바 루에스타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로 체포됐고 수도 리마의 외곽에 있는 군 기지의 정보부 건물에 구금돼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스타만테 법무장관은 "몬테시노스는 리마에 있으며 구금상태가 아닌 것으로 안다" 며 이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몬테시노스를 사법처리할 경우 그를 지지하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후지모리 대통령에게도 몬테시노스의 신병 처리가 퇴임길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몬테시노스는 너무나 많은 '국가적 비밀' 을 알고 있고 군부 고위장성들과 사관학교 동기생이거나 친구다.

후지모리가 17일 긴급소집한 군 지휘관 회의에는 일부 고위장성들이 불참했다. 이 때문에 몬테시노스의 구금설은 시간을 벌기 위한 자작극이란 분석도 나온다.

몬테시노스와 절친한 루에스타 참모총장이 체포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작고 그것이 사실이라도 몬테시노스를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랬다는 것이다.

1992년 후지모리 대통령 축출 쿠데타를 기도했던 예비역 장성 호세 살리나스 세도는 "후지모리나 군부 모두 국민들을 농락하면서 위기를 넘기기 위해 시간을 벌고 있다" 고 주장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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