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고 대선서 야당 후보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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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이 '발칸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을 권좌에서 밀어내기 위해 '공습' 을 하고 있다.

지난해 코소보 사태 때는 비행기로 공습을 했지만 미국이 이번에 하는 건 '돈 공습' 이다. 오는 24일 치러지는 유고 대선에 출마한 야당 후보에게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유고 민주화 지원기금으로 올해 책정된 미 정부 예산 2천5백만달러(약 2백70억원)가운데 상당액이 선거용으로 투입되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이 돈으로 야당 선거 운동원들은 컴퓨터.팩스 등을 구비한 선거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미국의 전문 여론조사 기관에 유권자 동향 분석을 의뢰하고 있다.

미국은 선거에 직접 개입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해외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 등을 통해 이 돈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 학생운동 단체.노동조합 등에까지 자금을 지원하며 "민주화를 위한 것이지 선거 때문이 아니다" 고 주장하고 있다.

미 정부는 지금까지 세명의 야권 후보 중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유고 언론들은 미국이 18개 군소정당이 지지하는 보이슬라프 코스투니차 후보를 집중적으로 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코스투니차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밀로셰비치 대통령을 16% 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있다.

밀로셰비치 현 대통령은 "미국이 주권을 도둑질하고 있다" 며 최근 미국 관리와 전자메일을 교환한 야당 선거운동원들을 체포해 고문을 자행했다. 그는 권좌에서 밀려나면 전범으로 국제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는 달리 유고의 베오그라드 지방법원은 18일 유고 검찰이 전범 혐의로 기소한 빌 클린턴 미 대통령 등 서구 지도자 14명에 대한 재판을 시작됐다.

외신들은 피고의 출석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이 재판을 반미감정을 만들려는 선거용으로 보고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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