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불확실성의 미로' 출구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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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금 증시는 한마디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 감당하기 힘든 대형 악재들이 속속 터지는 가운데 시장의 체력은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다.

한 시황분석가는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포기 발표 직후의 증시 분위기를 "심리적인 패닉(공황)상태" 라고 요약했다.

증권계에서는 추석 이후 장세에 기대를 걸었던 게 사실이다. 시중 자금경색이 조금씩 풀리고 금융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시장이 점차 살아나리라는 밑그림이 제시되곤 했다.

그러나 유가급등과 반도체값 하락, 미국 증시 침체 등 해외 악재들이 날아들고 외국인의 팔자 공세가 계속된 데다 급기야 대우차의 '포드 쇼크' 까지 가세, 이런 구도는 깨졌다.

거래소나 코스닥시장 모두 이달 들어서만 9% 가량 하락하면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외국인들은 이달 중 1조원이나 순매도했다.

증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 이다. 하지만 최근 나타나는 일련의 현상들은 장래의 불확실성을 더욱 짙게 하고 있으며 이번주 장세 역시 그 늪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이라크와 쿠웨이트간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는 주말에 다시 급등했다. 고유가에 국내경제는 물론 세계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으리란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주말 미국 증시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하락세가 이어졌다. 64메가D램 반도체 현물가격은 6달러대로 주저앉았다.

'포드 쇼크' 는 기존의 금융.기업구조조정 일정에 혼선을 초래할 것이며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비관적 분석이 우세하다.

이는 외국인의 매도세를 더욱 부추기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낳고 있다.

정부가 15일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대책도 '약효' 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투자자들은 18일의 대우 채권단회의 결과를 비롯해 대우차의 후속처리 과정을 눈여겨봐야 한다.

신속하고도 합리적인 방안이 나와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다. 국제유가나 반도체 경기논쟁과 가격추이 역시 중요한 투자지표가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주가낙폭이 워낙 컸던 만큼 주중 기술적 반등국면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대다수는 대세가 하락추세여서 그 반등도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다만 개별 중소형주, 내수관련주 등을 겨냥한 '보물찾기' 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계속될 가능성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고 경제 흐름을 면밀히 들여다 봐야 할 시점" 이라고 조언한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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