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 10%도 반영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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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학생부) 부풀리기와 이에 따른 대학의 학생부 불신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교육부를 상대로 한 4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선 내신 부풀리기 현상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주요 대학이 학생을 뽑을 때 실제로 적용하는 학생부 비중도 갈수록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내신(학생부) 부풀리기와 이에 따른 대학의 학생부 불신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교육부를 상대로 한 4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선 내신 부풀리기 현상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주요 대학이 학생을 뽑을 때 실제로 적용하는 학생부 비중도 갈수록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1. "시험을 까다롭게 냈더니 지난해 우리 학교 전교 1등의 내신 점수가 인근 학교 100등과 같아졌습니다. 이러니 어떻게 시험을 어렵게 냅니까."(서울 B여고 이모 교사)

#2. "올 수시모집 1학기에 약학부 11명을 모집했다. 1단계에서 우선 학생부만으로 10배수인 110명을 뽑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원자의 절반인 425명이 모두 '수'여서 결국 이들을 다 뽑을 수밖에 없었다."(서울 C대 입학처장)

◆심각한 성적 부풀리기=서울시교육청이 국회에 낸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요 고교가 내신 성적을 심각하게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몇몇 학교를 골라 국어.영어.수학 과목의 절대 평가(수.우.미.양.가 등)를 살펴본 결과 수.우를 받은 학생의 비중이 대부분 60%를 넘었다. K고의 경우 수와 우를 받은 학생 비율이 64.5%(국어)~74.7%(영어)에 달했다.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는 더욱 심해 대부분의 학생이 수와 우를 받았다.

◆실질 반영률 떨어져=대학들은 학생부를 믿지 않는다. 교육부와 대학교육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2004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각 대학의 학생부 실질 반영률은 대부분 10%도 안 됐다. 2002년 이후 매년 떨어지는 추세다. 학생부의 실질 반영률이란 각 대학이 전형 요강 등에 명목상으로 밝힌 학생부 반영비율과 달리 실제 적용하는 수치다. 예를 들어 A대학이 100점 만점에 학생부와 수능을 50점씩 반영하기로 했다면 학생부의 비중이 50%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원자 중 가장 학생부 성적이 높은 학생과 낮은 학생의 점수 차이를 줄여 실제 반영률을 10% 미만으로 낮추는 식이다.

건국대는 서울캠퍼스 정시 모집에서 학생부를 40% 반영한다고 했지만 실제 반영률은 4%였다. 경희대(서울) 4.8%, 서강대 8%, 성균관대 5%, 숙명여대 5.8%, 중앙대 5%, 한국외국어대 4%, 한양대 4% 등이었다. 고려대와 서울대는 실제 반영률을 밝히지 않았지만 역시 1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선책은=교육부는 지난 8월 26일 발표한 '2008 대입제도 개선안'에서 학생부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내놨다. 고교 학생부에서 현재의 수.우.미.양.가 등을 없애고 '원점수/과목평균(표준편차)'과 과목별 1~9등급의 '석차등급(이수자 수)'을 쓰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렇게 표기 방법을 바꾸면 고교에서 문제를 쉽게 내 성적을 올리는 현상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도 엄연히 존재하는 고교별 학력 격차는 반영할 방법이 없어 대학들이 실제로 반영 비율을 높일지는 미지수다.

이승녕.하현옥.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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