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배니싱 트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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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배니싱 트윈' 은 미스터리 섹스물을 표방한 영화다.

'노랑머리' '삼양동 정육점' 을 제작한 ㈜와이투시네마의 세번째 작품. '투캅스' 의 섹시 스타 지수원이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남자 주인공은 모델 출신 신인 구필우. 1997년 '디자이너 선정 톱모델상' 을 받는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가졌다. 지수원을 제외한 출연진 거의 모두가 신인 혹은 무명에 가까운 배우라는 점이 이채롭다.

제목(Vanishing Twin)은 임신 초기 산모의 몸에 흡수돼 사라진 쌍둥이 태아 중 한 쪽, 혹은 그렇게 흡수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 때 살아남아 세상의 빛을 보게 된 나머지 한 쪽은 태아 시절의 경험을 평생 무의식에 간직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유 없는 상실감과 죄의식에 시달리고, 성도착증 등 각종 정신 병리로 고통받는다는 게 영화의 모티브다. 여주인공은 특히 성적인 면에서 배니싱 트윈 후유증에 시달리며 방황한다.

시나리오가 군데군데 허술한 것이 다소 아쉽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계기라든지, 여주인공이 배니싱 트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 등이 좀 석연치 않다.

'배니싱 트윈' 은 두뇌 게임을 위한 미스터리물이자 지수원의 섹시함을 앞세운 성인물이다.

다만 국내외 영화와 에로 비디오의 갖가지 파격적인 성애 장면에 익숙한 요즘 관객들이 이 정도의 러브신에 얼마나 만족할지는 미지수다.

남녀의 성에 대한 상징과 신화를 담은 애니메이션이 중간 중간 삽입됐다. 최근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손정현의 작품으로 깔끔하고 재미있다.

'달은 해가 꾸는 꿈' 등의 조연출을 했던 윤태용 감독의 첫 작품이다. 23일 개봉.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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