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올림픽 2000] 국내 방송3사 '전파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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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TV 시청자들은 그 어느 올림픽 때보다 생생하게 안방에서 시드니 올림픽을 즐길 수 있다.

바르셀로나(1992년)나 애틀랜타(96년)에 비해 시드니는 한국과 시간차가 두시간(시드니가 한국보다 두시간 빠르다)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주요 경기를 시드니 경기장에 있는 것처럼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다.

국내 방송 3사는 거의 '전쟁' 에 가까운 준비를 하고 있다. 올림픽 기간 내내 정규 프로그램을 최대한 줄이고 올림픽 중계 프로를 집중 편성한다.

또한 가상 스튜디오 개설, 사이버 캐릭터 도입 등을 통해 보다 화려한 영상을 제공할 계획이다. 방송사마다 1백명이 넘는 대규모 중계진을 시드니에 파견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KBS는 채널별 차별화가 눈에 띈다. KBS1.KBS2.위성1.위성2 등 네개 채널을 총 가동해 현장의 열기를 생동감 있게 전달할 예정이다.

우선 KBS1(위성1 동일 편성)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그날의 주요 경기를 생중계한다. 한국팀이 메달을 딸 가능성이 큰 경기들을 주로 생중계할 방침이다. 인기종목보다 올림픽 효자종목에 초점을 맞춘다.

또 오후 11시30분부터 40분 동안 당일의 하이라이트를 묶어 방영한다. 저녁시간 대에 관심을 끄는 한국팀의 경기가 있으면 수시로 정규방송을 끊고 올림픽 현장으로 시청자를 안내한다.

KBS2는 광고를 고려해 축구.야구 등 인기종목에 비중을 싣는다.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오후시간을 올림픽 프로그램으로 채운다. 또 밤12시부터 오전 3시까지는 전날의 주요 경기를 압축해 보여준다.

위성2-TV는 24시간 올림픽 특집으로 방영된다. 지상파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외국선수들의 경기 장면도 상세하게 전달한다.

육상.수영.체조 등 기본종목에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맨의 활약에 주목할 계획이다.

MBC도 만만찮다. 일단 한국팀이 출전하는 전 경기를 중계할 방침이다. 방송시간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올림픽 주요 경기(오전 11시5분~오후 4시), 한국팀 출전 주요 경기(오후 5시45분~오후 8시20분), 하이라이트(밤 12시~오전 3시) 시간대를 확보했다. 일정 시간대에 놓친 경기 모습도 곧바로 커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스포츠 종합방송국의 설계를 갖고 있는 SBS도 총력체제를 갖췄다. 지상파 SBS와 케이블 스포츠TV(CH30).축구채널(CH 40)을 전면 가동한다.

또 인터넷 방송 전담 취재요원도 7명을 파견, 전방위 중계를 목표하고 있다. 지상파는 하루 네차례 특집시간을 꾸민다.

당일 경기 예고와 전날 전적 소개(오전 5~6시), 주요 경기 현장중계(오전 11시~오후 8시), 한국 메달획득 예상 종목(오후 8시 이후 수시 편성), 당일 경기 정리(0시35분~오전 3시30분) 등이다.

케이블 스포츠 TV는 24시간 종일 방송체제로 전환하며, 축구채널은 축구 예선.결선 전경기를 커버할 예정이다.

방송사들은 시간경쟁 외에도 중계방송 하드.소프트웨어에서도 경쟁을 벌인다. 3사 모두 메인 스튜디오와 별도로 가상 스튜디오를 설치해 화려한 그래픽을 선보인다.

최근 선거방송이나 특집프로 등에서 선보였던 첨단기술을 스포츠 중계에 본격 도입한 것이다.

KBS와 MBC는 자체 사이버 캐릭터도 만들어 경기안내.스포츠 관련 각종 정보 등을 재미있게 전달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이번 시드니 올림픽은 아나운서.해설자 등을 공유했던 역대 올림픽과 달리 방송사마다 개별적으로 중계방송진을 운영하므로 어떤 대회보다 시청자 잡기 경쟁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시드니에서 보내주는 경기화면은 동일한 만큼 결국 승부는 각 방송사들의 판단력과 순발력, 풍부한 관련정보, 그리고 캐스터.해설자들의 숙련도 등에서 결정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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