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민주당 들러리냐" 자민련 교섭단체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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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가 민주당 들러리냐. 오늘 국회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본회의장에 못 들어간다."

8일 국회 헌법재판소장 임명 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열린 자민련 의원총회에서 이재선(李在善)의원은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선언했다.

민주당이 의결정족수(1백37석)를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던 상황에서다.

李의원은 동료의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내 본회의장에 안 들어가고 잠적해 버렸다.

일종의 '항명' 이었지만 소장파 의원들은 李의원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반응이었다.

오장섭(吳長燮)총장도 "돌출행동은 유감이지만 민주당에서도 느끼는 바가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회의장 선출,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에서 보여줬던 민주당-자민련 철벽공조에 금이 갈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자민련은 여야대치 속에서 철저히 '양비론' 적 접근을 구사해 실리(교섭단체 구성)를 취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비 실사 개입 의혹, 한빛은행 불법 대출 사건 등 정국 현안에 대해 얼굴을 찌푸리며 "다른 당의 일을 내가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며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나 JP의 한 측근은 "JP가 한나라당의 장외정치에 반대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권 내부의 여러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도 못마땅해 하는 것 같다" 고 전했다.

민주당.한나라당과의 사안별 공조를 선언한 지난 5일 김종호(金宗鎬)대행의 성명에 대해서도 JP는 "내 생각과 똑같다" 며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당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특별검사제와 국회법 개정안을 빅딜하자" 는 아이디어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양희(李良熙)총무는 "앞으로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우리한테 아쉬운 소리 할 일이 많을 것" 이라며 느긋해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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